그렇게 결국 레더맨도 사고 이것저것 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 기능이 너무 많은 멀티툴인지라 어떻게 쓰면 좀 더 활용도가 좋을지 유튜브 보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다가 또 나를 혹하게 만든 짝퉁 레더맨을 발견했다.
이런 중국산 짝퉁들의 공통점을 보면,
매번 브랜드가 바뀌고, 브랜드와 무관한 박스에 담겨있고, 대체 어디서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런 물건이더라는 것이다.
이걸 처음 접한 유튜브 영상에는 Mossy Oak 브랜드로 돼 있었는데, 어느 순간 Xiaomi 브랜드도 달았었고, 이젠 그냥 브랜드도 없이 "한놈만 걸려라" 식으로 팔고 있더라. 그래서 "정확히 이 물건"을 검색해서 찾아내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짝퉁의 시나리오답게, 매번 볼 때마다 구성이 어딘가 조금씩 다른 것이, 언뜻 보면 "어? 개선판인가?" 하는 착각을 하게끔 만들었다.(개선판이겠어? 미친듯이 찍어내서 금형 망가졌으니까 새로 금형 만들면서 구분되게 만들었겠지)
이번에 구입한 짝퉁은 본품+연장비트세트+전용쉬쓰 합쳐서 완전무지박스에 담겨왔는데, 최하가가 14달러정도, 비트세트 없는 구성은 10달러 아래더라. ㅇㄹㅇㅅㅍㄹㅅ에서 HRC78K(칼날경도)로 검색하면 나오는 멀티툴이다.
언뜻 멀리서 보면 레더맨 웨이브인줄 알았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게 레더맨 시그널인 것 같다가도, 레더맨 써지 비스므리한 가위에, 툴 구성은 레더맨 Free P4와 비슷하며, 아쉬웠던 플라이어의 스프링액션은 살려줬고, 싸구려 아닌 척 와이어커터가 교체식인데(뭐랑 호환되는지 모름;;), 써레이션 나이프는 과감하게 생략(써본 사람만 아는 써레이션 나이프의 유용함-_-;;;)해버렸다.
방금 제품소개 전부 다 했다.
레더맨 차지(Charge)도 아니고 써지(Surge)도 아니고 이건 거지쯤 되려나;;;
...조금 구체적으로 덧붙이자면....
칼날은 뭐 나름 예리하게 출고하려고 애쓴 것 같은데 HRC78K라고 써있는 재질은 진짜인지 믿기 어렵고, 큰 자동차용품 블리스터 포장 몇개 개봉했더니 날이 주저앉아서 연마해서 써야 하고(뭐 이래 ㅠㅜ),
처음 구입했을 때부터 서브툴 고정 보조하는 통와셔가 아주 정밀해서(....하아=3) 흔들면 달그락 소리를 내고 있었고, 분해해서 다시 조립해도 근본적으로 통와셔와 프레임이 아주 정밀해서(ㅆㅂ...) 그냥 엄청 공차가 컸다. 역시 중국산.
폴딩하고 펼치고 할 때의 철커덕거림도 뭔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정교함은 전혀 없고, 뒤틀면 뒤틀리는대로 통째로 흔들린다. 플라이어 이나 잘 맞으면 됐지 뭐;;
전용쉬쓰는 비트세트포켓이 마련돼있고(록슨 S801s의 쉬쓰처럼 안쪽에 있지 않고 바깥쪽에 있어 꺼내긴 편하다. 꺼낼 일이 없어서 그렇지;;), 몰리시스템이 아니라서 세상 쓰기 애매하닼ㅋ.
벨트클립 왜 안달아주는뎈ㅋㅋㅋ
겁없이 하드하게 사용하려고 하면 반드시 어딘가 부서질 것 같은 물건인지라, "부서지면 또 사지(딴거사)" 라는 마인드로 접근해야지, "부서지면 어디서 수리하지"라는 마인드는 갖다버려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았더니 몹쓸짓을 하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나 말고는 다들 브랜드 멀티툴들을 쓰고 있는데(레더맨이 대부분이고 가끔 거버), 이 메이커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짝퉁 레더맨"(이하 "래자만 거지")이 근처에 대충 던져져있으면 어떤게 윙맨이고 사이드킥인지, 이건 누구 써지인지 챠지인지 언뜻 구분이 안됐다. 그래서 세계평화를 위해 2만원도 안되는 내 래자만 거지를 눈에 확 띄게 하기로 했다.
언뜻 보고 마음에 들었던 패턴은 레더맨 시그널 아쿠아 모델이다. 이건 이거대로 하츠네미쿠 에디션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컬러링인데(시그널 컬러모델들은 노리고 만든 것 같은 배색이 있다. 건담 에디션, 샤아 에디션...) 혹시 누가 똑같은 걸 갖고 다니면 또 구분 안될 것 같아서 그거랑은 좀 다른 배색으로 해보기로 했다. 그래. 래자만 거지 하츠네미쿠 에디션이다.
귀찮으니 마스킹 그딴거 필요없고 대충 분해해서 부품 우르르 쏟아놓고 기아 레이용 아쿠아민트 우레탄 카페인트를 마구 뿌리고 히팅건으로 달궈서 빠른거래건조 끝.(와 도장이 한 줄로 끝났네)
다시 조립.
이 과정에서 중국산의 놀라운 정밀도(양쪽 핸들이 똑같은 파트인데 폭이 다름;;;)에 다시 또 감탄을 금치 못함. 놀라운 QC에도 떡실신됨(거기 왜 와셔가 두장이 겹쳐있;;; 여긴 왜 와셔 없;;;).
별다른 준비 없이 분해하고 조립했더니 기껏 페인팅해 놓은게 여기저기 조금씩 긁힘. 뭐 어차피 쓰다 보면 긁힐테니까 별로 신경안씀.
좋은점?은 이 과정에서 내 입맛대로 툴의 위치를 재배치할 수 있고(가위는 스프링때문에 방향이 정해져있다), 처음 출고시의 거지같은 철커덕거림을 내 입맛에 맞는 철커덕거림으로 교정할 수 있었다는 거다. 특히 와셔 배치가 골때리게 돼 있어서 어떤건 옮기고 어떤건 뒤집고 뭐 다양하게 손댔다. 내꺼만 이 꼬라지였을까? 하여간 지금의 세팅은 그나마 정품 레더맨하고 많이 비슷한 느낌이 됐다.
멀티툴오일? 왜이래. 이런 싸구려는 손에 기름 안 묻히고 쓰는거야. 대충 쓰다가 뻗뻗해지면 대충 고압에어로 쏘고, 정 안 움직이면 왔따사공(WD-40)이나 한번 뿌려주는거지. 님들아 이거 만원짜리야.
원래 검은색으로 돼 있는 서브툴잠금스위치에 뿌려진 페인트를 까내고 검은색이 나올 때까지 긁어낸다. 긁어내는 도구로는 레더맨 스쿼트의 일자드라이버(라고 써 있고 프라이 바 스크레이퍼 겸용)로 살살살살 긁어냈다.
칼날에 레이저 각인을 하고 싶어졌다.
이 레이저 각인 할 도안을 선택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는데, 사실은 도안을 먼저 선택하고 수많은 페인트 중에 레이용 아쿠아민트를 고른거다. 다이하츠 무브 캔버스의 하츠네미쿠 콜라보레이션 이미지로 결정했다.
뭐 다른 멋있는 이미지도 많겠지만, 그냥 이 사이즈와 레이아웃이 마음에 들었다.
각인할 생각을 해 보니 꽤 여러곳에 각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레이저 각인기를 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래서 일단 레이저 업체에 맡기는 일은 보류. 현재는 팔자에도 없는 레이저 각인기를 검토중이다;
어쨌든 번들 쉬쓰에 집어넣고 허리벨트에 쉬쓰를 관통하여 왼쪽바지주머니 앞에 달아놨다.
실용성 평가
- 어쨌거나 가성비는 울트라탑클래스다.(님들아 이거 만원짜리라니까?)
플라이어
- 노후된 뻑뻑한 금속제 수도꼭지를 비틀어 돌렸더니 수도꼭지가 부러지더라. 아주 약하진 않나보다.
- 사이즈를 알 수 없는 낯선 너트를 붙잡고 돌릴 때 주로 사용한다.
- E링 끼워넣을 때에도 사용한다.
- 끝부분이 꽤 좁아서 크림퍼 대신 압착단자 찝을 때 사용한다.
- 토치로 도구나 부품을 뜨겁게 달궈야 할 때 플라이어로 잡는다.
나이프
- 특정 제품에 꽂힌 플라스틱 C링 제거할 때 쓴다.
가위
- 한쪽 끝이 뭉툭한 형상이라 에어캡 제단할 때 잘 안 걸려서 쓸모가 있을 줄 알았는데 크기가 작아서 가위질을 한참 해야 하더라. 샤오미 멀티펑션의 가위가 너무 탁월해서 안 쓰게 된다.
- 케이블 타이 끊을 때 쓴다. 작업용 NBR 코팅장갑을 끼고 하면 손가락도 안 아프다.
톱
캔따개
- 다 쓴 부탄가스통 천공할 때 쓴다.
허세
- 이 커다란 걸 도색까지 해서 철커덕거리면서 꺼낼 땐 반응이 "오! 신기한 거 쓰네!" 정도다.
- 크기가 꽤 크니까 이게 만원짜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안한다;;;
결론.
가성비는 울트라탑클래스이나, 내 업무용으로는 샤오미 넥스툴 멀티펑션만한게 없다.
뭐 그냥 그렇다고.
아무도 이 물건을 리뷰하지 않아서 영상 하나 찍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