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휠하우스 근처에 있는 무광 플라스틱으로 된 몰딩. 몰딩의 위치와 형상, 역할 등에 따라 의미가 다른지, 트림몰딩, 가니쉬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스토닉의 설명서에는 가니쉬로 표기돼 있다. 이 무광 플라스틱의 관리방법 중, 백화현상 해결에 대해서 디테일링의 관점에서 간단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스토닉의 가니쉬는 앞뒷범퍼와 휀더가드, 사이드스텝커버 하단부까지 전부 무광 플라스틱으로 이어져있다. |
꽤 의견이 분분한 주제다. 서로 사용한 케미컬이 다르고, 관리방법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는 관점도 있긴 하다. 그냥 물걸레로만 닦아도 깨끗해진다는 사례도 있고, 오직 레자왁스만 바르는 단순관리, 세차후 전용 드레싱제로 덮는 방법, 얼룩이 잡히지 않아 플라스틱 복원제로 덮거나, 그래도 여의치 않아 결국 도색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더라.
그런데, 전혀 의견이 분분할 이유가 없는 주제다. 그냥 "세정"과 "코팅"을 정상적으로 하면 끝나는 것이었다... 어처구니 없이 단순하니까, 함 잘 들어봐라.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외장 무광 플라스틱 가니쉬의 관리방법은 대체로 아래와 같다.
" 세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드라잉까지 마친 후
전용 드레싱제(플라스틱 보호제나 타이어 광택제, 레자왁스 등을 포함)로 드레싱 "
이게 전부 다였다. 많은 디테일링 가이드에서도 이렇게 설명이 돼 있다.
그런데, 이렇게 관리해도 언젠가는 뿌옇고 얼룩덜룩하게 지저분해지는 현상이 생기고, 정도가 심해지면 허옇게 뜨기까지 해서, "드레싱제를 발라도 그때뿐이고 몇일 지나고 나면 다시 얼룩이 보이는" 가벼운 증상부터, "드레싱제를 발라도 잠시 후 다시 보면 얼룩이 보이는" 심한 증상까지도 발견된다. 그 와중에 세차를 정상적으로 하지도 않아놓고 얼룩생긴다고 하는 사례가 태반이었고.
이렇게 되면, "어떻게 원상복구할까?"를 생각하기 전에, "왜 이렇게 얼룩덜룩해질까?"와 함께, "이 얼룩은 대체 정체가 뭘까?"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이 고민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하면 얼룩덜룩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까지 고민하고 나면, "그래도 얼룩덜룩해지면 어떻게 하는게 가장 편할까? 저렴할까? 스트레스가 적을까? 가장 깔끔할까?" 등을 생각하게 되는거다.
"플라스틱 복원제 바르시면 나아요"라거나, "드라이기로 구우세요", "토치로 지지세요", "지우개로 지우세요", "저도 해봤는데 아무 소용 없어요 몇일 지나면 똑같아요. 부품 교체하거나 도색하세요" 등등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성된 다양한 후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세차부터 정상적으로 다시 하세요"라는 후기는 하나도 없더라?
일단 세차부터 정상적으로 해 보자.
세정의 근본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두가지만 알면 된다. "어떤 재질"인지와, "어떤 오염"인지.
여기서는 "무광 플라스틱 재질"이라는 건 명확히 알겠다. 그럼 어떤 오염일까? 정상적인 디테일링 세차에서 일반적으로 제거되는 dirt, grime, traffic film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형태인 것 같다. 플라스틱이 변질된 것일까?(그런 경우도 많이 있다) 이 허옇게 된 오염은 대체 뭘까?
뭔가 애매하게 얼룩덜룩한 플라스틱 가니쉬. 앞범퍼와 휀더의 가니쉬 접합부 근처는 허옇게 떴다... |
...뭐긴 뭐야. 무언가의 기름찌꺼기 엉겨붙은거겠지. 플라스틱 보호용 드레싱 발라놓은게 산화했을 수도 있고, 왁스코팅이 얹혔을 수도 있다. SiO2 계열의 QD가 덜 닦였을 수도 있고. 이게 "오염물"이라면, 높은 확률로 "탈지세차"로 제거될 것이고, "플라스틱 변질"이라면 전혀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만든 주범. 몇 년간 이 얼룩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
위의 수상한 물 흐른자국같은 얼룩은, 그 어떠한 세정제로도 닦여나가지 않았다. 정체를 모르니 세정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긴 고찰 끝에 답을 얻었다.
이건 예~~~전에 발랐던 오너용 간이 유리막 코팅제가 물과 반응하며 흘러내려 가니쉬에 침투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플라스틱 트림 보호제로 덮어버려서 "그냥 당장 눈에 안 보이니까" 한참동안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트림 보호제 수명이 다하며 얼룩을 발견하게 되고, 그 후 다양한 코팅제로 이런저런 삽질을 했으니, 어느 성분이 범인인지 알기 어려워진 것이었다.
즉, 이건 유리막 코팅제와 물이 반응해서 생긴 얼룩이고, 제거하기가 좀 쉽지 않다고 알려져있다만, 뭔 상관이야? 탈지제 원액으로 밀어버리기로 했다.
오토브라이트 왁스오프 원액을 분사하고, 워크스터프 스티프 브러쉬 제일 굵은걸로 위 영상처럼 브러쉬질 한다. 이렇게(도장면과 가니쉬 틈에 브러쉬 일부를 끼워넣고 벽을 만들어) 브러쉬질하면 도장면에 상처 없이 가니쉬만 브러쉬질할 수 있다.
물로 헹구고 물기를 제거한 상태. 거의 대부분의 얼룩이 사라졌다. |
이렇게 성공사례 하나를 던져주니까 내가 쉽게 답을 찾은 것 같지? 케미컬도 이것저것 적용해봤고, 그 중 마지막으로 찾은게 왁스오프 원액이었다. 그래서 "아 이게 오너용 유리막이 물이랑 섞였던거구나"하고 알게 됐던거다. 왁스오프 원액을 써야만 탈지되는건 유리막코팅제밖에 없거든. 브러쉬도 이것저것 써봤다. 돈모 브러쉬는 굵기별로 다 테스트해봤고, 더 부드러운 나일론브러쉬도, 좀더 뻣뻣한 다이소 천원짜리 브러쉬도 써봤다. 모 업체에서 판매중인 그... 주먹만한 브러쉬 있잖아? 약간 뻣뻣해서 외장 중에서도 휠/타이어나 엔진룸에 사용하길 권장한다고 돼 있는 제품. 그것도 써봤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좀 더 뻣뻣하지만 타이어 갈변제거용 브러쉬보다는 부드러워서 플라스틱에 눈에 띠는 데미지를 주지 않을 브러쉬를 찾다 보니 그게 더럽게 비싼 워크스터프 스티프 브러쉬였다.
그러니까, 외장에 있는 무광 플라스틱 가니쉬에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이 발생하면, 무슨 복원제를 바르고, 드라이기로 가열하고 어쩌고 하기 전에 먼저, 정상적으로 세차를 하고, 탈지작업을 해봐라. 브러쉬도 지금 손에 들고있는 그 브러쉬로 안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다른 브러쉬도 좀 써보고 그래라.
내 차에 생긴 얼룩과 니 차에 생긴 얼룩이 똑같은 원인일 것 같지는 않으니까, 권장 워크플로우 알려줄게.
SUV의 무광 플라스틱 트림/가니쉬 백화현상 해결법
0) 해당부위 탈지세차
- "습식 페인트클린저로 문질렀으니 탈지된 것 아니냐?"고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쫌 글을 쫌 제발 쫌 읽어라.
1) 열처리 혹은 염색제 사용
- 플라스틱 표면이 UV 데미지로 허옇게 텄을 경우에는 히팅건 열처리 등도 유효하다. 나는 혹시 이런 상황인가 싶어서 염색제를 준비했었다. 결국 안써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 게으름을 최대한 발휘해서 탈지세차를 하지 않고 열처리 혹은 염색제 사용해도 별 효과 없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인지 알텐데? 열처리표면 위에 얼룩이 있거나, 염색제가 기름얼룩을 투과하지 못할 수 있다. 토치로 가열하는 경우에는 얼룩의 기름성분이 소실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긴 하겠다(유막제거를 토치로 굽는거랑 같은 원리가 아닐지?)만, 아차 하는 순간 플라스틱이 변형될 수 있으니 별로 썩 권하는 방법은 아니다.
3) 얼룩이 남지 않은 깨끗한 상태에서 드레싱
- 얼룩이 있는데 그걸 제거하지 않고 드레싱제나 복원제로 백날 덮어봐야 언젠가는 그 얼룩 다시 나타나게 돼 있다. 이 "언젠가는"이 바로 "복원제의 수명/내구성"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이다. 세차 자주 하고 알칼리 APC 찐하게 타서 쓰는 사람은 복원제도 수명 줄어들겠지?
- 심지어 드레싱제를 다른 성분으로 갈아타면서 기존의 드레싱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다면, 이상한 화학반응도 일어날 수 있다... 표면이 들고 일어나 바스러지거나... 점박이가 나타나거나 등등.
4) 그래도 얼룩이 또 생기는데?
- 혹시 손세차 맡겼으면, 일부 업체에서는 전용 드레싱제가 아닌 B급 레자왁스를 쓰기도 한다. 드레싱 직후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몇일 지나고 비 한번 맞으면 허옇게 떠오를거다. 업체를 바꿔라. 그런데 다른 손세차 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그냥 셀프세차 해라. 아무도 말 해주지 않지만, 대충 다 눈치채고 있잖아? 손세차 업체에서 A급 레자왁스는 실내에 사용하고, B급 레자왁스는 외장 플라스틱에 사용하고, C급 레자왁스는 타이어에 사용하고 뭐 그러는거.
- 셀프세차했으면, 내가 바른 드레싱제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발랐는지 생각해보자. 거기에 답이 있다. 안 발랐으면 UV 데미지다. 열처리하거나 염색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