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9일 토요일

셀프세차 엔진룸 디테일링(self engine room detailing) 흉내내기

영상은 한참 전에 올렸는데, 영상만으로 충분하고 별로 뭐 적을 내용이 없을 것 같아 따로 포스팅하지 않았던 엔진룸 디테일링이다. 요즘 아래 영상의 조회수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길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보려고 한다.

보호용 드레싱까지 끝난 스토닉 1.0 T-GDI의 엔진룸


짧으니까 영상 먼저 보자. 지금 보면 몇 가지 지적할 내용이 있다.(내가 하고 내가 지적질;;;)


엔진룸 디테일링 흉내내기 feat. 스토닉 1.0 T-GDI


엔진룸 디테일링 "흉내내기"인 이유는, 신차 출고 후 1년 반쯤 지난 시점인데, 예전부터 엔진룸이 번쩍번쩍하는 걸 좋아했던 사람인지라 평소에도 나름 열심히 닦았기 때문에, 별로 눈에 띄는 찌든 때 그런거 없었기 때분이다.

10년도 더 전에 중고차 사서 열심히 튜닝했던 스쿠프(N/A).
옛날 디카라 화질은 포기했다.

사진이 많이 열화돼서 잘 알아보기 어려운데, 얼마나 대단했냐면, 엔진룸 닦아놓은 걸 자랑하고 싶어서 보닛 안쪽에 LED 조명을 만들어 달았을 정도다(이 시절에 LED 조명 없었다. 당시 일하던 회사에서 메탈PCB 개발샘플 남은거-1와트급 12개였나? 유용해서 개조해 달았다).

보닛 안쪽에 고정부착한 자작 LED 조명. 운전석쪽 후드프레임으로 들어간 배선이 보인다.
보닛을 열었을 때 수직으로 엔진룸을 비추는 자리에 브라켓 만들어 달았다.
열이 LED에 전파되면 수명이 짧아지므로, 닫았을 때 배기매니폴더에서 최대한 멀어지도록 달았다.


하여간 예전부터 이런 미친놈이었기 때문에, 스토닉도 평소에 열심히 닦았다. (물걸레로만)

...

셀프세차에 엔진룸 디테일링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네...?

그래 당연히 나도 엔진룸 디테일링 해야지. 하고 엔진룸을 열어봤더니 뭐 별로 닦을 게 없다. 흡기 주름관 근처에 먼지나 좀 엉겨붙어있고...

그래서 별로 할 게 없어서 영상은 "엔진룸 디테일링"이 아니고 "흉내내기" 인거다. 닦을 게 충분히 많은 차량은 시간도 월등하게 오래 걸리고 약품도 많이 쓰이고 준비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거 뭐 엔진룸 딲는 거 장점이 있나?" 

뚜렷하게 있다. 그래서 하는거다.

일단 엔진룸이 깨끗하면 기분이 좋다. 더러우면 계속 보고 있기 싫어서 얼릉 뚜껑 덮어버리고 싶은데, 깨끗하면 차분하게 보고 있어도 미간 찌푸릴 일이 없다. 그럼 찬찬히 보면서 "뭐 더러워진 거 없나"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뭔가 오염이 생겼을 때 그냥 더러워진건지, 뭐가 세어나와서 차에 이상이 생길 조짐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예방정비의 첫 걸음은 "관찰"인 것이다.

깨끗한 상태에서 드레싱까지 마치고 나면, 코팅 잘 한 차체에 오염이 쉽게 달라붙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 더러워지지도 않는다. 가끔 유입된 먼지나 앉아있으니까 고압에어로 한 번 슥 불어버리면 끝난다. 잘 더러워지지 않는 연장선으로, 잘 닦인다. 부분 오염이 발견돼도 쉽게 닦이니까, "저거 한 번 닦으려면 30분 걸리겠는데? 에잉 다음에 해야지" 할 것 없이, 약품 뿌리고 10~30초 뿔리고 브러쉬 쑤시고 닦아내면, 도구를 꺼낼 때부터 끝나고 집어넣을 때까지 5분도 안 걸린다. 

그냥 세차하는 거랑 장점이 똑같다. 깨끗하게 해 두면 더러운 게 쉽게 보이고, 코팅 잘 해 두면 잘 안 더러워지고, 더러워져도 쉽게 닦이고. 똑같다.


그럼, 엔진룸 디테일링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보자.


세정 준비물

물 뿌릴 환경 : 물호스/압축분무기/바가지 등등. 물뿌릴 호스가 있는 환경이면 베스트. 세차장에서는 고압수를 충분히 거리조절해서 쏘면 된다. 영상에서 준비한 건 5천원짜리 압축분무기. 실용성만 따져보고 권장하는 물건은 엉뚱하게도 "원예용 물조리개"다.

왼쪽의 5천원짜리 압축분무기를 사용했다


세정제 : 좀 진한 APC 희석액으로 충분. 오염도에 따라 잘 안닦일 수도 있으니, 강한 세정력의 APC를 필요에 따라 달리 희석하는 걸 권장한다. 세정력이 강한 PB-1 계통으로도 잘 닦이긴 할텐데, 이게 세차장에서 써도 되는 약품이던가?(절래절래) 영상에서 준비한 건 1:5로 희석한 림피오 APC 프리워시. (림피오 프리워시는 1:5 희석으로는 PET 소분통에 보관해도 문제가 없다) 권장하는 물건은 "림피오 APC 프리워시"다.

브러쉬 : 휠타이어 닦을 때 쓰는 붓처럼 생긴 브러쉬 필수. 휠 이너림 닦을 때 쓰는 쑤시는 브러쉬가 있으면 좋다. 극세사 브러쉬는 올이 여기저기 걸려 브러쉬 수명이 극도로 짧아질 수 있으므로 비추천. 영상에서 준비한 건 싸구려 작은 디테일링 브러쉬, 듀플렉스 휠브러쉬, 싸구려 극세사스펀지 이너림브러쉬.

싸구려 디테일링 브러쉬. 이것보다 훨씬 굵은, 직경 1인치 이상 되는 큰 걸 쓰는 게 좋다.

듀플렉스 휠브러쉬와 오토피네스 이너림브러쉬. 

오른쪽 끝에 있는 것이 영상에서 사용한 싸구려 극세사 스펀지 브러쉬의 다른 색상 버전.
그 왼쪽에 초록색 플라스틱 하우징 붙은 브러쉬는 휠타이어용 브러쉬인데,
엔진룸 세정때는 이것보다 조금 큰 걸 써도 편하겠더라.

권장하는 물건은 DBS 브러쉬세트 중 제일 큰 것과, 다이소표 2천원짜리 이너림용 휠브러쉬(빨간색까만색)다.


타월 : 노후된 드라잉타월이 가장 좋고, 그냥 아무 노후 타월로 해도 된다...(물만 닦으면 되거든) 영상에서는 타월 안 쓰고 에어로 불어냈다.


고압 에어 환경 : 세차장의 드라잉존에 있는 고압에어를 쓰면 되는데, 옆에 다른 차가 있으면 큰 민폐가 되므로, 가급적 개러지 세차장에서 마음껏 쓰는 방법을 권장한다. 영상에서는 카센터의 고압에어를 사용했다.



드레싱 준비물

엔진룸 드레싱제 : 내열성이 있는 실런트 계통의 코팅제 추천. 영상에서 사용한 건 아담스 그래핀 세라믹 스프레이 코팅. 권장하는 물건도 같다. 자꾸 이것저것 다양하게 사서 갖고 있는 용품의 개수와 부피를 늘리지 마라...

계속 등장하는, 아담스 그래핀 세라믹 스프레이 코팅.
휠에 코팅해도 괜찮은 내열성 제품이며, 엔진룸에 적용해도 괜찮더라.


어플리케이터 : 엔진룸 드레싱제를 바를 어플리케이터인데, 형상에 따라 틈새까지 잘 바르려면 휠 닦을 때 쓰는 브러쉬형 어플리케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상에서 사용한 건 잇츠윈 벨크로 어플리케이터. "어디까지 드레싱할 것인가" 하는 하드코어한 질문이 따라오는 부분이기때문에, 딱히 권장하는 물건은 없다.


버핑타월 : 그냥 아무 버핑타월 쓰면 된다. 영상에서 사용한 건 좀 고가의 새 막타월.


그리고 1시간 이상의 시간 편성. 닦다 보면 잘 안 닦여서 더 꼼꼼히 닦고 싶은 부분도 등장할 것이고, 브러쉬가 잘 안 들어가는 곳을 닦고 싶을 때가 있으니 시간이 무조건 많이 소요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 세차보다 월등하게 긴 시간이 사라진다. "신차급으로 깨끗하다" 할 때에는 30~40분 정도면 충분하다. 찌든 곳이 많으면 매우 긴 시간을 편성하거나, (체력이 딸릴테니) 다음번에 계속 하기 위해 이번에는 정해진 한두 곳만 빡쎄게 하고 마무리 드레싱을 안 한다거나(드레싱 밑에 깔린 오염이 세정되지 않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뭐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오염도에 따라 차종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니 알아서 해라.




엔진룸 디테일링 방법

그냥 있는 도구들로 조심스럽게 엔진룸을 세차하면 되는데, 전기장치쪽에 주의하면 된다. 무턱대로 따라했다간 골치아플 수 있으니 하지 말라는 거 먼저 정해준다.

키 off 상태로 한다. 설마 시동 걸린 상태로 하는 안전불감증은 없겠지? 있을 것 같아 적어둔다.

뜨거울 때 물 뿌리고 시작하지 마라. 재수가 없으면 물 닿으며 급랭으로 깨지는 부품이 생길 수 있다. 깨져나가는 형태가 아니고 미세한 크랙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언뜻 봐선 보이지도 않으니, 아예 손으로 만져서 체온과 비슷한 정도가 될 때까지 확실하게 냉각시키고 시작해라(미세 크랙은 성능 저하로 분명히 이어진다). 잘 안 식으면 식을 때까지 고압에어로 식혀줘도 된다.

배터리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한다. 특히 단자나 + 단자 바로 옆에 있는 메인 퓨저블 링크에 아예 물이 닿지 않도록 해라. + 단자와 - 단자 사이에 물로 길이 형성되면 배터리가 빠르게 방전될 수 있는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배터리 위에 물이 묻었으면 귀찮아도 즉시 닦아줘라. 물이 닿지 않게 비닐같은 걸로 덮어씌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발전기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한다. 그냥 대놓고 코일들이 노출돼 있는데, 혹시 물에 젖은 것 같은 상황이면 고압에어로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면 된다. 여기도 비닐같은 걸로 덮어씌우고 하든가. 그런데 엄청 불편할걸? "발전기가 어떤건지 모르겠다"는 분은, 닦을 생각 말고 기본적인 자동차 자가정비관리부터 어디가서 공부하고 와라.(어쩌자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모르면 안하면 그만이고, 모르는데 하고 싶으면 선행학습이 필요한 게 당연하다.

고압수를 가까이서 쏘지 마라. 고압수는 2미터 정도 멀리 떨어져서 쏘면 압력이 약해지니, 물이 엔진룸 컴포넌트 각부의 방수 실링을 통과하지 못한다. 세차장마다 고압수 압력은 다 다르기때문에 대충 2미터로 적었다 뿐이지, 정해진 거리가 아니다. 손으로 만져서 샤워헤드로 나오는 물 정도로 약해지면 괜찮다.


가끔 엔진룸에 물 뿌리면 큰일난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들이 있다. 아니, 꽤 자주 있다. 그냥 니들은 엔진룸에 물 뿌리지 말아라. 엔진룸에는 "물 뿌리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나 부품"이 있는 거지, 무조건 물 뿌리면 큰일나는거 아니다.(멍청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니들 멍청한 거 맞다...)



방법은 세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을 뿌리고

원하는 희석비율로 세정제를 뿌리고(물을 뿌려놨으니 좀 진하게 희석해도 괜찮다)

세정제가 충분히 반응하게 뿔려주고(10초~1분이면 충분)

브러쉬질 해서 오염을 제거하고, 

오염 상황에 따라 세정제를 더 뿌려주거나 물로 헹궈주거나 병행하며,

마지막에 물로 헹궈서 세정제를 제거하고,

물기를 싹 제거하면 세정이 끝난다.

마른 표면에 드레싱제를 바르고, 

버핑타월로 닦아내면 끝.

너무 간단해서 따로 적을 것도 없다. 영상에 나와있는 것도 같은 아이디어로 했다. 엔진룸은 어려운 게 아니고 작업량이 많은게 문제다. 신차급으로 깨끗하면 별로 할 것도 없지만, 오염이 진행된 차는 영원히 닦이지 않는 오염이 생긴 경우도 있기 때문에(냉각수 뿜은게 헤드나 엔진블럭에서 고온에 노출되면 고착돼서 닦이지 않는다. 긁어내야 한다...) 정말 작업량이 많을 수 있다.



영상에서 지적할 만한 것은, 극세사 스펀지 브러쉬를 충분히 적시고 사용하지 않아서 중간에 브러쉬가 세정제를 흡수해버렸다는 점. 극세사 스펀지 브러쉬는 엔진룸 닦을 때 쓰지 마라.

엔진룸 디테일링 흉내내기 feat. 스토닉 1.0 T-G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