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2일 일요일

셀프세차가 힘들지 않을 이유와 적절한 용품

나는 게으르다. 귀차니스트다.

비슷한 무언가를 해도 더 괜찮은 효율로 하고 싶다. 건너뛰어도 되는 것은 건너뛰고 싶다.


재산목록 2호인 자동차를 관리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게으르고 귀찮기 때문에 높은 효율로, 생략해도 되는 것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싶다. 여기엔 큰 걸림돌이 존재하는데...

우선 "진짜 이거 생략해도 괜찮은 것인가?"를 알아야 하고, "더 높은 효율은 없는가?"를 고찰해야 한다.

ㅈㄴ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소리다. 내 전문분야도 아닌데말이지.

셀프세차장에서 세차후 그래핀코팅까지 마친 상태


... 10년도 더 전에 두 대의 스쿠프를 환경법을 피해서 대문앞 골목에서 호스 끌어다 세차하고, 이번 스토닉으로 바꾸기 전에 뉴 프라이드는 거의 주유소 자동세차만 들어갔다. 그 사이 강산도 변했고 트랜드도 변했고 도구도 많이 발전했다. 아주 많이.

집앞에서 호스끌어다 세차하고 고체왁스에 수상한 코팅제 올렸던 첫번째 스쿠프


그래서 셀프세차장이라는 걸 이용해보려니 생각보다 아주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은 바뀌어가는데 새로운 걸 공부하기 싫어하는 분은 그냥 과거에 안주하며 뒤로가기를 누르면 된다. 내가 나름대로 공부한 걸 정리해서 아래에 잔뜩 적어둘텐데, 남이 정리해 둔 것조차 안 볼거면 대체 어쩌자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당신 학교다닐 때 노트정리 잘 한단 소리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 남의 노트 빌려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돌려줬지?


하여간.... 오늘 떠들 이야기는 역시 꽤 많이 길어질테니 시원한 음료 한 잔........ 아주 많이 길어질테니 페트병으로 갖다 놓길 권한다. 아래는 참고 영상들이다.


스토닉 셀프세차 데이트 단축버전 (약1시간)


스토닉 셀프세차 데이트 풀버전 (약2시간)
소소한 대화가 그대로 살아있다.






이 아래부터 언급되는 "세차"라는 단어는, car washing 이 아니라 detailing 이라고 생각해라. 카 워싱은 그냥 차 닦는거고, 디테일링은 신차상태를 유지하는 세차라고 생각하면 쉬우려나? "언제 봐도 새것같은 외관"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효율 좋은 셀프세차"에 대해 떠들어보겠다. 이 효율은 "가성비"가 아니라, "세차"라는 육체노동을 마쳤는데 그 과정 혹은 그 후에 얻는 즐거움이 충분히 커서 육체노동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아, 다음번에도 또 세차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 그런 효율에 대한 이야기다. 눈치채신 분이 있겠지만, "포교용"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포교대상에게 어떤 포인트로 세차방법을 알려줘야 하는지, 어떤 도구들이 대체 왜 필요한지를 상당히 길게.... 왜 글을 쪼개지 않나? 싶을 정도로 정말 상당히 길게 쓴 .... 정말 긴 포스팅이다....



세차를 마치고 얻는 즐거움은 결과물이 비슷하게 준수한 퀄리티라고 할 때 같다고 가정하면,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커지거나, 육체노동이 덜 힘들어진다면, 효율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도 가성비라는 효율은 높아지겠다.

세차하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은... 폼건 분사를 제외하면 이물질이 주륵주륵 벗겨져나갈 때 뿐인 것 같다. 그 외에 약품을 희석할 때 계량컵을 이용하면서 "아 내가 뭔가를 전문적으로 하는구나"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건 집에서 해올 수도 있으니까 세차하는 과정이 아니라 세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라 제외한다. 심지어 이미 희석되어 나오는 완제품을 사용하면(돈이 많;;;) 아예 접할 기회가 없기도 하고.

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텐데, 괜찮은 용품을 미리 저렴하게 구입해두고, 세차장에서 이용요금을 줄이는 정도가 전부일 것 같다.

그럼 결국 남는건, 육체노동이 덜 힘들어져야 한다. 육체노동이 덜 힘들어지려면? 적절한 도구를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셀프세차가 왜 힘들지?

제대로 된 셀프세차를 이제 겨우 네 번 해 본 주제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우습게 보이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차량 관리를 제대로 해 왔고, 적절한 도구들을 준비한 후, 도구에 맞는 워크플로우를 머리속에 짜 넣고, 몇번이고 시뮬레이션 한 후, 직접 첫 셀프세차를 해 본 후 깨달은건, "이거 더 힘 안들이고도 할 수 있겠구나"였다.

필요한 것은 적절한 도구와, 내 차와 도구에 맞는 워크플로우다. 아... 니 차가 큰 차면 그냥 힘들겠다... 작은 차로 바꾸시등가.

워크플로우를 따라가면서 필요한 도구들이 왜 필요한 지 짚어보자. 곁다리가 무척 많을 예정이므로 제목을 잘 보고 따라와야 산으로 안 간다. 끝까지 제대로 따라가면 셀프세차는 별로 힘들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첫 셀프세차는 이때까지 해오던 막세차와는 달리 할 게 너무 많아서 힘들 수도 있긴 하다.


셀프세차장 도착. 



0. 쿨다운

 - 드라잉존/그늘에 주차.

세차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엔진에서 열이 나서 본넷뜨(;;; 여기서는 후드나 보닛 다 같은 의미라고 생각해 주시라)는 뜨끈뜨끈하고 휠은 브레이크 열을 발산하는 중이다.(쏘고 오면 타이어도 뜨겁다!?) 

 - 보닛 열고 엔진열을 잔뜩 받은 보닛을 냉각시켜준다. 

이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냉각시켜야 할 근본적인 곳은 "엔진"이 아니라 "세차할 보닛"이다. 뜨거우면 금방 워터스팟 생겨버리잖아? 보닛을 쉽게 냉각시키려고 열어두면 열원인 엔진도 함께 냉각되는거다. 그늘에서 보닛이 냉각될 정도가 되면 엔진열도 적당히 식어있을거다. 엔진/헤드/디자인커버 만져보고 뜨거운지 아닌지 확인하지 말고, 보닛을 만져보고 뜨겁지 않다면 엔진열도 세차에 지장이 없을 만큼 식어있을거다. 땡볕에서는 보닛이 잘 식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뜨거워지기도... 그러니 가급적 그늘에 주차해라. 없으면 뭐 할 수 없고. 내가 갔던 셀프세차장은 드라잉존이 직사광선 제대로 맞는 곳이었고, 날은 더웠고, 개러지식인데 냉난방 되는 시간제 세차장이라서 그냥 요금 결제하고 에어컨 틀어놓고 베이에서 쾌적하게 냉각시켰다. 집 근처에서 이런 곳을 찾아내려면 정성껏 검색하고 후기 찾고 문의전화도 해 봐야 하는 것이다.

그까짓 워터스팟 쫌 생기면 어때서? 라고 생각하는 당신. 지금은 거기까지밖에 안 보이니까 그리 생각하는데, 나중에 보는 눈이 레벨업 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워터스팟이 눈에 거슬리게 되고 차체 전체를 약품으로 비비는 엄청난 체력소모를 진행하게 된다. 워터스팟은 안 만들 수 있다면 안 만드는게 당연히 좋다.

 - 요금결제준비. 대략 2만원.

처음 와보는 곳이라면 결제방식, 요금 등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카드 발행/충전 등을 진행한다. 와본 곳이라면 카드 잔액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충전하는 정도면 될 것 같다. 코인방식이면 충분히 동전을 바꿔두든가. 최소조건으로도 스노우폼1회(3천원) + 폼제거고압수+1회추가터치(4천원) + 카샴푸제거고압수+1회추가터치(4천원) 만으로 이미 1만원이 넘어갔고, 여기에 매트세척기(1천원) + 청소기+에어건(3천원이상) 등을 추가하면 1만5천원은 넘는다. 여기에 프리워시고압수(4천원) 추가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중간에 기능이 끊어지면 기본요금(3천원) 추가. 그냥 2만원 생각해서 매트세척기도 돌리고 청소기나 에어건도 쓰면 된다. 단, 셀프세차가 처음이라면 시간도 자주 딜레이 될 것이고 기능 사용도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로스가 많이 생기므로, 아예 넉넉하게 3~4만원을 생각하는 게 좋다.

내가 처음으로 찾아갔던 고양시의 W카워시 세차장은 모든 베이가 시간제로, 실내에서 냉난방 되며 2시간에 2만6천원정도로 베이 안에 배치된 청소기와 고압에어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최초가동에 최소 8천원이 필요하고, 시간은 20분 4천원 단위로 터치하여 연장한다. 실외에 있는 매트세척기만 별도 카드터치식으로 1천원에 4분간 작동된다. 드라잉존에도 별도 카드터치식 진공청소기가 있는데 굳이 이걸 쓰는 사람을 아직까지는 못봤다. 대략 1시간에 1만6천원(고압수3회+스노우폼1회비용상당)인데, 능숙한 동반자1인이 도와줄 수 있다면 1시간에 전부 다 끝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 시간제 개러지가 더 저렴하게 먹힌다... 개러지가 무조건 비싼게 아니다?도착/냉각(한명은인테리어클리닝,한명은매트세척및용품준비)-요금결제시작-휠타이어세척(한명이브러시1종만사용/한명은실내진공청소/5분)-고압수 프리워시(5분)-APC 프리워시(4분)-스노우폼 도포(1분)-디테일브러싱(10분)-고압수 세척(5분)-본세차(8분/한명은하부만)-고압수 세척(5분)-여기까지45분소요-남은15분동안한명은에어건들고다니고한명은타월드라잉만하면끝-이후드라잉존에서코팅.



1. 실내세차

 - 매트 세척. 물티슈.

차에서 매트(순정매트 및 비슷한 것만 해당)를 꺼내어 세차장 어딘가에 비치되어있을 매트세척기로 결제하고 세척한다. 대략 4분에 천원정도인 것 같다. 매트세척기의 투입폭이 허용하는 한 넓게 배치해서 집어넣는다. 그래야 같은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돌릴 수 있다. 제일 더러워보이는 걸 제일 먼저 세척하고, 첫번째 매트가 다 빨려들어가면 두번째 매트를 연달아 밀어넣어준다. 먼저 세척한 매트가 밑으로 나올텐데, 오염도와 결제한 시간 봐서 여러번 세척한다. 중간중간 내 매트에서 나온 오염물이 매트세척기 투입구를 더럽히고 있을텐데, 물티슈로 슥 닦아내고 계속 매트를 넣어준다.(손으로 슥 닦아내고 손을 물티슈로 닦아도 된다) 마지막 매트가 세척돼 나오기 전에 4분이 되면 기계가 멈추고 매트가 걸려서 안 나오는데, 작동버튼 근처에 있을 매트배출버튼을 누르면 걸린 매트가 스르륵 빠져나온다. 씿겨지다 만 상태로;;; 요즘 매트세척기는 스팀방식인지 간단히 건조도 돼서 나온다. 건조모드가 따로 있는 기계도 있다. 근처에 있을 건조대에 잠시 걸어두면 잘 마를 것이고, 분실이나 추락으로 재오염이 걱정되거나 뭐 그러면 일단 가져와서 차 앞에 펼쳐두고 좀 더 말린다.

 - 실내 청소. 올인원 다목적 실내세정제. 극세사막타월1. 충전식 무선청소기. (+유리세정제. 유리전용타월.)

차가 냉각되는 동안 도구를 꺼내기 전에 실내 청소를 먼저 하기를 권한다. 꺼내둔 도구가 청소기 운용에 걸리적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내청소는 가급적 평상시에 해 두고, 차가 식을 시간 정도인 10분 15분 정도만 하자. 너무 오래 하면 체력이 소진되고, 너무 빨리 끝내면 차가 식기 전에 관우가 돌아온다 세차를 시작하게 된다. 5분은 전체 실내를 세정제로 간단하게 닦아주고, 5분은 "오늘 집중적으로 닦을 구역"을 닦아주고, 5분은 청소기 돌리면 된다. 

깨끗한 막타월 접고 접고 접어서 실내세정제 사용법을 잘 보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가죽시트를 포함한 실내의 모든 부분에 사용할 수 있는 림피오 인퓨어 실내세정제 스프레이(500mL, 12000원)를 구입했는데 설명서에는 타월에 두어번 뿌린 후 닦아주고 마른 면으로 다시 닦으라고 돼 있다. 시키는 대로 하면 깨끗하게 닦인다. 타월이 시꺼멓게 되도록 오염물이 묻어나와서 좀 놀랬다. 아직 실내세정제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실내 모든 곳에 사용해도 되며 코팅까지 되는 올인원 제품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 내껀 보습은 어찌어찌 된다고 하는데 코팅은 명시돼있지 않다. (2021년12월12일추가. 이거 코팅도 되는것 같다. 사용한 타월을 깜빡하고 당일 세탁하지 못했는데, 이물질이 타월에 코팅돼서 얼룩이 생겨서 사라지질 않는다 ㅠㅜ)

막타월은 극세사 재질로 된 타월 쓰면 된다. 싼 건 이유가 있어서 싸고, 비싼 건 이유가 있어서 비싼 것 같다. 싼 건 한두번 쓰고 버려야 할 만큼의 내구성도 있고, 너무 비싼건  세탁의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고, 애지중지하느라 오염을 제대로 닦지 못하는 일도 생길 것 같다. 이것저것 방황하다가 유리막코팅제 구입한 MC랩에서 판매중인 FBZ테리 만능타월(40*40, 3장 무료배송 13000원)이 내 취향과 아주 잘 맞아서 이것만 계속 사용하고 있다. 적당히 싸구려에 적당히 고가인(어?) 물건인데, 내구성이 좋아 1년 넘게 계속 막 대충 빨아서 쓰는데도 좋은 성능을 유지해주고 있다. 적당히 쓰다가 포교대상에게 막타월이 부족할 때 쓰던거 하나씩 건내주고 나는 새거 쓴다. 상표택이 붙어있으니 외장용으로 사용하려면 택 뜯어서 제거하고 사용하길 추천한다. 드라이뷰 막타월(40*40, 1,000원)에 정착했다.

5분동안 전체 실내를 빠르게 대충 닦아준다. 정말 대충 닦아준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닦으면 된다. 

5분동안 오늘 집중적으로 닦을 구역을 정해서 닦는데, 이를테면 "운전석에 앉아서 손 닿는 부분"이라거나, "뒷좌석 전체 구석구석", "트렁크 열었을 때 보이는 부분" 이런 식으로 목표를 정해서 닦으면 된다. 실내 청소는 꼭 세차장이 아니어도 할 수 있으니, 오늘 못 한 부분은 집에 가서 주차하고 해도 되고, 내일 해도 되고, 다음주에 해도 되고, 다음번 세차할 때 해도 된다. ..... 지금 생각하는, 머리에 떠오르는 부분이 있지? 그거의 반만 닦을 생각해라. 집중적으로 꼼꼼하게 닦다 보면 시간과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사라진다.

"실내 유리"가 오늘의 목표일 경우에는, 내 차의 실내 유리에 사용해도 되는 유리세정제(윈덱스같은건 썬팅/틴팅을 손상시킨다)와 유리전용타월(와플타월) 정도는 추가로 준비해 둬야 한다. 이 도구들은 별다른 스킬이 없더라도 설명서대로만 하면 깨끗하게 잔사걱정 없이 유리를 닦을 수 있게 해 준다. 바인더 프리미엄 글래스 클리너(500mL, 5500원)를 구입해봤는데, 내 3M 영업사원표 틴팅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것 같다. 톨른 카케어 와플타월(40*40, 2400원)은 잔사 잘 빠지고 손세탁 한번만에 엣지가 왕창 울어버렸다. 다른 타월 써보기 전까지는 유리타월은 원래 잔사 잘 빠지고 엣지 잘 우는 줄 알았네. 오토브라이트 마린 글래스 타월(40*40, 6,000원)이 조금 비싸지만 성능과 내구성이 믿을만 하다.

이제 청소기를 돌려야 하는데, 아마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라면 체력이 벌써 떨어졌을거다. 그런데 돈까지 써가며 청소기를 또 돌리라고? 아이고 힘들어. 이렇게 체력이 떨어진 걸 자각했을 때, 5분동안 세차장 큰 청소기를 "시간내에 다 빨아내야지 +ㅁ+" 하고 의욕적으로 움직이면 실내 청소하고 집에 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내 추천은 충전식 무선청소기를 비치해 두는 거다.

실내세정제를 사용할 때와 똑같다. 5분동안 전체 실내를 빠르게 대충 빨아내거나, 조수석에 앉았을 때 눈에 보이는 것만 빨아내거나, 카매트 걷어낸 바닥만 빨아내거나 뭐 그렇다. 미진한 곳은 나중에 해도 되고, 내일 해도 되고, 다음주에 해도 된다. 이걸 계속 반복하다 보면, 드디어 "아 내 청소기로는 저건 빨아들여지지 않는구나. 큰 청소기로 해봐야겠네" 하고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는 동기부여가 된다. 출력은 무시하고 HEPA필터 적용에 대시보드 수납함에 확실하게 쏙 들어갈 수 있는 제품을 고르다 보니 라이프썸 무선청소기(의 직수입버전)를 선택하게 됐는데, 이거 생각보다 힘이 좀 약하다.


전부 다 깨끗하게 청소하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세차장 아닌 곳에서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세차 하러 왔는데 차가 식지 않아서 관우를 기다리는 중이다 차가 식을 동안 멍때리지 않고 뭐라도 해보려는 거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차 식을 동안 그냥 음료수 한잔 마시고 쉬어도 된다. 니 차 실내가 깨끗하다면. 그러니 세차할 체력을 남겨두는 게 우선순위이고, 남을 것 같은 체력을 미리 땡겨서 실내를 청소하는거다. 세차 다 끝나고 나면 체력을 떠나서 그냥 귀차니즘에 빨리 짐챙겨서 집에 가고 싶을거야. 그럼 영원히 실내 청소 못해.

장황하게 떠드는 사이 차가 적당히 식은 것 같다. 대충 마른 매트를 차에 쑤셔넣고, 비어있는 세차베이로(가급적 개수대와 가까운 곳 추천) 차를 이동하자. 사이드미러는 접지 말고. 



2. 도구 준비

세차에 쓸 도구들을 꺼내자.

 - 도구 준비. 세차버킷. 그릿가드. 워시보드. 압축분무기.

한꺼번에 거의 모든 도구가 다 등장하면 머리속에 남는 설명이 어려우니까(니들 두뇌는 다 미괄식이라서 맨 마지막꺼 하나만 겨우 기억하는 거 다 안다), "무언가 취급해야 하는 도구"만 먼저 이야기해보자.

빈 세차버킷과 압축분무기들을 개수대로 가져가서 한번 슥 헹구고 적당히 물을 받아둔다. 말은 "적당히"라고 했지만, 내가 사용하는 카샴푸나 프리워시제의 희석비율과 내 차 크기에 필요한 양 등은 미리 설명서를 보고 추정해서 계산해 둬야 한다. 안그러면 물이 점점 많이 들어가서 버킷이 너무 무거워지는 등의 일이 생긴다. 무겁다=체력소진이다. 이제부터 내가 제시하는 모든 약재의 사용량은 내 스토닉 기준이다. 니 차가 크면 알아서 조금 더 준비해라. 약재 설명서 꼭 정독하고 희석비율 알아서 조정하고.

18L 버킷에 그릿가드와 워시보드를 조립해서 넣고 워시보드가 물에 다 잠길 정도까지 물을 담으면 세차 끝나고 적당히 남았고, 필요한 양은 약 15L 되는 것 같다. 아직 카샴푸 넣는거 아니다. 거기 카샴푸 뚜껑 닫아라. 이걸 개수대에서 베이까지 들고오기 힘들면 버킷돌리를 장만하거나(비싸고 크고 무겁고 또하나의 짐이다), 폴딩카트라도 준비해서 물찬 버킷님을 모셔와야 한다. 그냥 운동한다 생각하고 들고 오기엔 너무 무겁고 체력이 많이 소진되므로, 나처럼 바퀴달린 화분받침대라도 준비하든가. 버킷은 적당히 아무거나 골라도 되는데, 나는 투명하게 안쪽이 보이는 걸 고르다 보니 버킷프렌즈 18L 반투명(7900원)으로 골랐다. 그릿가드와 워시보드도 버킷에 맞추다 보니 버킷프렌즈 버킷가드(5500원)+버킷프렌즈 버킷보드(4400원)으로 조합됐다. 꽉 찬 버킷 무게에 비해 손잡이가 너무 가늘면 손이 아프니, 버킷용 손잡이를 좀 굵은 것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체로 잘 호환되는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같은 메이커로 준비하는게 좋다. 버킷프렌즈 버킷용 그립 손잡이(990원)를 장착하려면, 기존의 버킷에 있는 가느다란 손잡이를 칼이나 가위로 째고 버린 후 조립해야 해서 좀 번거로웠다. 세차장에서 하지 말고 집에서 미리 해와라. 하여간 버킷에 그릿가드와 워시보드를 모두 조립하고 워시보드가 물에 충분히 다 잠기도록 물을 받아온다.

2L 압축분무기에 프리워시 희석액 1L를 담았더니 좀 남더라. 800~900mL 언저리면 충분할 것 같다. 대충 5천원 정도에 비슷한 물건들이 잔뜩 있는데, 가급적 내용물의 양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반투명 통이 적용되고, 버튼에 잠금기능이 있고, 분사각을 조절할 수 있으며, 남은 공기 빼는 노브가 있는 제품으로 선택하면 된다. N공구 압축분무기 2L(2020버전, 5천원)정도면 충분한데, 폼스프레이를 겸용으로 하고 싶은 사람은 다른 제품도 찾아봐라. 이 압축분무기는 프리워시 희석액을 쏘는 용도가 대부분인데, 혹시 이걸 시판중인 스프레이형 다이렉트 프리워시로 대체할 사람은, 세 판 뿌리고 나면 손아귀가 아파서 집에 가고싶어질거다. 편하려면 어느 정도 장비가 필요하다니까? 1L가 필요한데 1L 통을 구입하면 압축력이 부족해서 중간에 여러번 뻠쁘질을 해야 한다. 1L가 필요한데 2L 통을 구입하면 한 번 압축으로 거의 다 쓰고 맨 마지막에 뿌샤뿌샤 두어번만 해 주면 되니(혹은, 그냥 계속 천천히 펌프질을 해도 되니) 너무 작은 통을 구입하지는 말자. 너무 큰 통이면.... 무겁다.

그 외 소형 분무기에 희석액 담을 게 있으면 필요한 만큼 물을 담아오면 된다. 200mL 분무기에 갈변제거용 프리워시 진한 희석액 절반 정도면 약간 남았다. 메이커를 알 수 없는 투명 스프레이 소분통(200mL, 1200원) 하나정도 준비하면 된다.

아직까지 빈 통에 필요한 만큼 개수대에서 물만 받아왔다. 거기 약품들 뚜껑 닫아라.

 - 약재 희석. 계량컵. APC 프리워시원액 등.

카샴푸 아직 아니다. 뚜껑 닫아라. 보통은 지금 카샴푸 여는거 맞다. 우리가 할 방법은 힘들지 않을 셀프세차로 가는 길이다. 눈꼽만큼이라도 덜 힘들게 해 줄 테니까 좀 그냥 닥치고 따라와봐라.

압축분무기에 800~900mL 물을 채워왔으니, APC(다목적) 프리워시 원액을 계량컵으로 30mL 정도 덜어 1:30 비율로 희석한다. 원액을 압축분무기에 먼저 넣어두고 물을 받으면 거품이 버거버거 올라와서 적절한 계량도 어렵고(어느 정도로 희석됐는지 모르는 희석액과 거품이 뿜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기저기 미끌미끌해지고 뭔가 실패한 것 같아 기분도 찝찝하니, 시키는 대로 물부터 받아오고 거기다 원액 계량해서 넣어라. 림피오 프리워시 다목적 세정제(알칼리성 500mL, 14000원)을 준비했는데, 오염도와 필요에 따라 1:10~1:30 정도로 쓰면 된다고 써 있으니 일단 1:30으로 써 보고 오염이 잘 제거가 안되면 1:20, 1:10으로 다음에 점점 진하게 시도해보면 된다. 계량컵은 아무거나 써도 되는데, 오토브라이트다이렉트 딜루션 지거(2500원)가 매스코틱보다 로고 각인이 멋있어서 골랐다. 

소형 200mL 분무기에 절반인 100mL의 진한 희석액을 만들건데, 그냥 물 반 채우고 프리워시 원액을 계량컵으로 20mL 정도 덜어 1:5 언저리의 비율로 희석한다. 이게 오늘 사용할 휠타이어 세정제다. 이렇게 하면 따로 휠타이어 세정제/갈변제거제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같은 희석액으로 엔진룸 세정제로도 쓸 수 있다. 다 쓴 계량컵은 헹궈두는 걸 잊지 마라. 모든 과정에서 계량컵을 쓰는 것도 귀찮고 하면 "휠타이어 세정제"로 미리 희석해서 준비해도 되고, 코니컬튜브같은 소분통에 미리 소분해 두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자꾸 카샴푸 열지 마라. 카샴푸는 휠 다 닦은 다음 열지 말래도 열어야 한다. 계량컵은 헹궜냐?

이제 본세차할 때까지 사용할 모든 도구를 차에서 꺼낸다.

 - 도구 정렬. 버킷오거나이저. 버킷리드.

버킷오거나이저에 도구들을 적당히 세팅하고, 버킷리드위에 올려서 베이 한쪽 구석으로 치워둔다. 딴데 두면 실수로 걷어찬다. 꺼낼 도구들은, 이제부터 할 세차에 필요한 용품들 중에 드라잉 과정 및 그 이후에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 전부 다 꺼낸다. 드라잉타월부터 코팅제 및 어플 이런건 다 트렁크에 잘 넣어둬도 된단 소리다. 프리워시 원액은 아까 다 희석했으니 필요없다. 트렁크에 넣어두자. 버킷오거나이저에 여유공간이 있으면 그냥 둬도 된다. 버킷오거나이저는 버킷 옆에 도구들을 담고 걸기 위한 틀인데, 버킷 메이커에서 나오는 제품을 쓰는게 마음편하다. 호환이 안되면 제대로 안 걸리거나 잘 안 빠지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버킷프렌즈 사이드버킷(7천9백원)을 두가지 색으로 준비해서 한쪽에는 카샴푸, 프리워시, 계량컵을, 한쪽에는 워시미트들과 브러시를 세팅해서 일단 옆으로 치워둔다. 다시 말한다. 일단 옆으로 잘 치워둔다. 아직 버킷에 거는거 아니다. 버킷리드가 있으면 이동보관때도 편하지만 버킷오거나이저 두개를 세워서 그대로 얹어 한꺼번에 치울 때도 편하다. 버킷리드도 내 버킷과 호환되는 것을 골라야 하는데, 버킷프렌즈 버킷리드(4900원)도 그렇고 모든 버킷 악세서리는 어느 정도 색을 고를 수 있으니 취향대로 조합해서 구입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드라잉타월부터 코팅제까지는 "문을 열어도 안으로 물이 쏟아지지 않는 실내"에 잘 넣어둬라. 트렁크에 꺼내기 쉽게 넣어두면 된다.



3. 휠타이어 세척

휠타이어를 꼭 먼저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내 방법대로 하면 휠버킷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버킷을 중간에 또 세척할 필요도 없다.

 - 휠 세척. 휠클리너. 휠브러시. 컵. 갈변제거용 프리워시희석액.

휠클리너는 용도에 맞는 것으로 잘 골라야 한다. 셀프세차가 처음이거나, 유럽쪽 수입차라면 그동안 쌓인 브레이크 분진에서 나온 철분이 상당할 것이므로 철분제거제가 포함된 휠클리너를 권장한다. 가끔 "비싸면 좋겠지" 하면서 비싼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기 전에 잘 읽어봐라. 완전 찌든거 업자가 작업할 때 쓰는 산성 제품이 아닌지. 그거 잘못 쓰면 휠 손상된다. 우리는 중성이나 알칼리성으로 휠을 세척할거고, 다 안 닦이면 아주 조금만 더 오래 닦거나, 다음번에 더 적절한 장비로 다시 잘 닦으면 된다. 역시 설명서를 잘 보고, 휠에 물을 먼저 뿌려둬야 하는지, 뿔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파악한 다음에 뿌린다. 그리고 휠브러시로 휠을 닦는다. 열심히. 

휠브러시는 정말 여러가지 제품이 있는데, "이너림을 주로 닦기 위한 긴 형태의 브러시"와 "휠 스포크와 표면/타이어를 닦기 위한 브러시"를 구분해서 쓰면 된다. 완전 찌든 철분을 제거하기 위해 부드러운 극세사 브러시보다는 플라스틱(나일론) 브러시가 유용한데, 브러시 털이 튀면서 막대한 양의 오염을 여기저기 튀길테니 각오하는 게 좋을거다. 처음이라 제일 싸구려를 사봤다. 아이코트 휠브러시(나일론, 1300원)가 엄청 싸게 파는 곳이 있길래 질렀는데, 내구성은 좀 많이 구리지만 작업성 괜찮았고 잘 닦였다. 신차 1년차인 스토닉 휠 닦을땐 몰랐는데, 찌든 아반떼HD의 휠을 빡빡 닦았더니 손잡이와 브러시가 덜렁거리면서 분리돼버리더라. 대충 꽂고 순간접착제로 고정해서 한번만 더 쓰고 버리기로 했다. 똑같은 물건을 대체로 5천원 정도에 팔더라는게 함정. 아무 다이소에 가면 으로 된 긴 이너림용 휠브러쉬(가보면 안다...)를 2,000원에 판매중이니 그거 사서 써라. 나일론 브러쉬의 밀도가 좀 허접하지만 충분히 잘 닦이고, 2천원의 값어치 이상을 한다. 나중에 취향에 맞는 좋은 휠브러쉬 사면, 다이소 휠브러쉬는 부담없이 지인에게 줘버려도 된다.

철분제거제를 굳이 쓸 필요가 없는 비교적 깨끗한 상태의 차라면, 휠타이어와 차체 전체에 고압수를 한 번 쏴 주거나(초보자에게 권장하지 않는 순서다) 휠에 물좀 끼얹어주고(전기밥솥에 포함돼 있을 법한 투명 플라스틱 컵이 주방에 굴러다니길래 와이프한테 물어보고 가져와서 쓰고 있다. 버킷에서 컵으로 떠서 끼얹으면 충분. 없으면 아까 헹궈둔 계량컵으로 좀 더 여러번 끼얹거나, 테이크아웃 음료잔을 깨끗이 헹궈서 써도 된다), 아까 소형분무기에 담은 진한 희석액(1:5)을 휠과 타이어에 고르게 뿌린다. 이 약재는 갈변제거제용으로 써도 된다. 200mL 분무기에 절반정도 담았으면 1회 세차에 거의 다 소진된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없으면 갈변제거용 타이어세정제를 준비하자. 10~30초정도 반응하게 두고 부드러운 휠브러시로 이너림부터 닦는다. 워시앤케어 극세사 휠브러시(극세사분리타입, 2500원)이 부드럽고 약재를 머금고있는 능력도 괜찮더라(이거 중국산이라 천원에 파는 곳도 있으니 필요하면 알아서 사라). 

이너림을 다 닦고, 휠 스포크와 표면, 휠너트, 타이어까지 좀 큰 브러시로 시원시원하게 닦는다. 크고 넙대대한 듀플렉스 휠타이어브러시(5900원)를 써보니 도구 하나 더 챙겨야 하고 부피도 커지지만 작업성이 너무 좋고 세척관리도 너무 쉽더라. ADK에서 TEO님은 굵은 브러시 하나면 충분하다고 하셨는데(그렇다 나는 세차를 유튜브로 배웠다) 체력을 온존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저런 꽤 큰 브러시를 선택하게 됐다. 다 닦았으면 다음 휠로 가기 전에 버킷에서 컵으로 물 떠서 좀 끼얹어 대충 헹궈주자. 안 헹구고 마르면 자국 남는다.

위가 타이어/스포크용 브러시, 아래는 이너림용 브러시


정리하면, 철분제거성분이 있는 휠클리너, 갈변제거성분이 있는 타이어클리너, 빡쎈이너림브러시, 보통휠브러시가 필요한데, 오염도에 따라 그냥 갈변제거성분이 있는 프리워시 희석액 + 보통이너림브러시+보통휠브러시로 대체할 수도 있다. 처음 셀프세차라면 번거로워도 철분제거제와 싸구려 빡쎈 이너림브러시 사용을 권장한다. 슥슥 닦아보고 잘 안 닦이면 다음에 또 하면 된다. "닦일 때까지 쎄게!"가 아니라 "닦일 때까지 여러번!"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자.

철분제거와 갈변제거를 모두 정성껏 마무리 한 아반떼 HD의 운전석 앞 휠타이어


우리 지금까지 휠버킷 따로 쓰지 않고 하나뿐인 버킷을 사용했으며, 컵으로 약간씩 떠서 끼얹었기 때문에 물은 오염되지 않았고, 사용한 물의 양도 별로 많지 않다는 걸 잊지 말자.


 - 도구 정리. 방수가방1번.

휠타이어를 다 닦은 것 같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사용한 도구를 치우자. 휠클리너, 타이어클리너, 갈변제거용 프리워시제 희석액 스프레이는 이제 쓸 일이 없다. 일단 트렁크에 넣어두자. 이너림브러시도 쓸 일이 없다. 한쪽 구석에 던져두거나, "세척해야 할 것"을 모아두는 방수가방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매스코닉 멀티워시컨테이너(접이식, 16500원)를 써봤는데 좀 작아서 블루스프링 방수 트렁크정리함(접이식, 9900원)(두손으로 들어야 해서 비추천)을 같은 컨테이너를 다른 색으로 하나 더 도입했다. 나중에 세탁할 타월들도 담아야 할 걸 생각하면, 아예 색이 다른 방수가방 2개를 준비하는게 좋겠다. 휠스포크 닦을 때 쓴 브러시가 휠전용 브러시가 아니고 디테일링 겸용 브러시라면 나중에 스노우폼 쏘고 반응시간동안 디테일링 할 때 또 쓸 수도 있으므로 간단히 헹궈두는 것도 좋다. 디테일링 브러시가 따로 있다면 굳이 꼭 지금 헹굴 필요도 없으니 이것도 방수가방에 던져두자. 컵(및 계량컵)도 필요없으니 일단 방수가방행. 이제 휠닦은 도구 정리가 끝난 것 같다.

남은 도구/장비/약재는 버킷에 버킷오거나이저째로 장착해서 정리한다.



4. 1차고압수 프리워시

어? 아까 휠에 물 끼얹을 겸 차체 전체에 물 끼얹은게 1차 아냐? ...초보자에게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라니까? 타이밍 안 맞으면 물자국이나 잔뜩 남지. 그건 0차고압수라고 생각해라. 1차고압수도 "차에 달라붙은 dirt 계열의 오염물"이나 벌레사체 새똥 벌똥 이런거 딱히 발견되지 않으면 생략해도 괜찮다.

세차할 차의 모든 도어와 창문 썬루프 등이 다 잘 닫힌 걸 꼭 확인하고(주유구 도어는 안쪽 닦을거면 열어놔도 된다), 사이드선바이저에 가려진 창문이 정말로 다 잘 닫힌걸 한 번 더 꼭 확인하고 보닛/트렁크 잘 닫힌 거 꼭 확인하고 세차장에 비치된 고압수 건을 꺼내들자. 

고압수 노즐이 차를 향하도록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으로 고압수 건 손잡이를 잡고, 걸리적거리는 고압수 호스가 차에 비벼지지 않도록 어깨에 한 번 두르거나 손으로 감아쥐고(호스가 천장에서 내려올텐데, 몸 뒤에서 천장으로 호스가 연결되도록 두르면 된다. 몸 앞에서 천장으로 연결되면 여러모로 의미없다), 조작패널로 가서 고압세차를 작동시킨다(세차장별로 명칭이나 절차가 조금씩 다르다. 카드를 여러번 터치해야 하기도 하고 동전을 일정 이상 넣어야 하기도 하니 잘 읽어보고 시작해라). 물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면 고압수 건 랜스(노즐 달린 긴 부분)의 윗부분을 남는 손으로 잡고(모멘트 센터가 아래쪽에 있어서 위에서 누르는 형태로 잡아야 한다) 방아쇠를 당긴다. 세차장따라 다르지만 상당한 힘으로 고압수가 나오니(200bar를 넘는다)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원치 않는 곳에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물이 튄다. 

고압수는 압력과 별 상관없이, 노즐끝 30~50cm 정도까지는 충분히 고압으로 나오고, 멀어지면 급격하게 약해지는 그냥 물안개가 된다. 노즐끝과 차의 거리가 30~50cm 정도 유지되도록 가까이 접근해서 차의 천장부터 세척한다. 고압수만으로도 제거되는 이물질(먼지, 모래, 새똥덩어리, 벌레사체덩어리...)이 꽤 되므로, 소형차 기준 3분 정도 소요되도록 대충 정성껏 쏴주면 된다(대부분 세차장의 고압세척이 3분 기본요금인 것 같은데,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당연하지만 위부터 쏘기 시작해서 오염물을 아래로 떨어내야 한다. 천장 > 앞뒤옆 유리창 > 보닛과 후드 > 휀더와 하부/휠타이어까지 쏴주면 되는데, 이럼 차를 여러번 뱅뱅 돌아야 하잖아? 1차고압수때에는 눈에 보이는 오염물이 가급적 사라지길 바라면서 한번 전체적으로 슥 지나가고 새똥이나 벌레사체가 보이면 잠시 집중적으로 쏴서 떨어지길 기대해보고 빨리 끝내버리자.


고압수로 떨어지지 않은 벌레사체자국이 있는지 슥 둘러본다. 여기에는 약재를 신경써서 도포해야 하거든.

아참. 절대로 고압수건을 흔들어서 물을 뿌릴 생각하지 마라. 그거 흔든다고 더 잘 세척되는 것도 아니다. 체력을 온존하자.



5. APC 프리워시 약재 도포

프리워시 과정은 고압수세척(먼지와 큰 오염물을 날리는 역할) + APC 프리워시 약재(오염물을 차체와 분리시키는 역할) + 스노우폼(분리된 오염물을 최대한 차체에서 이탈시키는 역할) + 고압수세척(남은 모든 약재와 오염물을 날리는 역할)로 구분해볼 수 있다. 역할이 모두 다르기때문에 "이거 왜 안 닦이고 남아있지?" 하는 상황을 만나지 않으려면, "잘 모르면 생략하지 말고 시키는대로 해라".

 - 프리워시 약재 도포

아까 만들어 둔 프리워시 희석액이 든 압축분무기를 사용한다. 모든 액상 약재는 흔들지 말라는 문구가 써있지 않으면, 사용하기 직전에 다시 흔들어서 섞어준다(생각해봐라. 아까 희석액 만들라고 해 놓고 내가 흔들어서 섞으라고 했나? 그것도 두 번 흔들어 섞으면 체력소모다. 모든 액상 약재는 사용 직전에 흔들어 섞는 습관을 가져라).

압축분무기의 압축노브를 20~30번쯤 들었다눌렀다 해서 약간 뻑뻑한 느낌이 들 때까지 압축한다. 노즐을 차체를 향하고 버튼을 눌러 분무하면서 버튼을 잠근다. 이제 계속 누르고 있을 필요가 없다. 노즐을 만지작거려서 적당히 작업이 쉬울 것 같은 분사각으로 세팅하자. 차 전체에 약재를 골고루 충분히 도포하는데, 아까 봐 둔 벌레사체자국에는 조금 더 도포하자. 벌레사체자국은 대체로 산성이고, 내가 준비한 APC 프리워시제는 알칼리성이니, 중화에 도움이 된다. 부록으로 같은 약재로 타이어 갈변제거도 되고. 혹시 준비한 APC 프리워시제가 알칼리성이 아니라면 별도로 벌레제거제 등을 준비해서 설명서 보고 알아서 사용하자. 그냥 시키는대로 알칼리성 APC 프리워시제를 준비해라.


사용중 압력이 떨어져서 약재는 남았는데 잘 안 나오면 뿌샤뿌샤 몇번 더 해 주자. 까먹지 말고 휠하우스까지 모두 도포하고 나면 아마 소형차 기준, 약재가 바닥나서 더이상 안 나올거다. 압축분무기에 있는 압력조절노브를 당겨 내부압력을 낮춰주고 한쪽 구석으로 분무기를 치워둔다.

사용 직전 흔들어서 섞고, 사용 직전에 압축하자. 사용중에는 천천히 계속 압축하면서 분무하면 계속 나온다. 이게 가장 힘 덜 드는 방법이다.



6. 스노우폼 도포

특별히 오염이 심하지 않다면 따로 APC 프리워시 희석액을 세척하지 않고 바로 스노우폼을 도포해도 큰일나는 거 아니다. 따로 준비한 폼 약재와 개인용 폼랜스가 있다면... 짐만 많아지니까 초보는 그러는거 아니야.

 - 스노우폼 도포

세차장의 스노우폼 기능은 대체로 1분정도가 기본요금 작동시간인데, 소형차에는 시간 부족하지 않다. 초보이거나 차가 크다면 카드 터치 한 번 더/코인 한개 더 하는 정도로 작동시간을 늘려놓는 게 안심이다. 조작패널에서 버튼을 누르자마자 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니, 이번에도 고압수 쏠 때처럼 폼건을 차를 향하게 들고 버튼을 누른다. 폼이 나오기 시작하면 한 손으로는 방아쇠를 당기고 한 손으로는 호스를 붙잡아 차에 비벼지지 않게 하고 폼을 도포한다. 폼을 절약해서 단시간에 깔끔하게 빠진 곳 없이 골고루 너무 두껍지 않게 쏘는 방법으로 고민해본 것이 있는데, 1) 천장은 앞뒤에서만 쏴도 충분하고(옆에서 천장을 쏘면 대체로 건너편을 폼 범벅으로 만든다), 2) 사이드미러/선바이저같은 돌출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차의 중심"을 향해서만 쏴 주고, 3) 폼건을 흔들어대지 말고 그냥 차분히 뿌리면서 차 둘레를 걸어가며 위아래로 가끔 좌우로(사이드미러근처) 쏘면서 천천히 한 바퀴 돌면 1분이면 적당하다. 시간이 남는다고? 그럼 혹시 휠하우스 안쪽에 폼을 안 뿌렸는지 잘 생각해보자. 

이게 제일 재밌는 작업이고 뭔가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1분만에 폼 다 뿌렸다. 이 스노우폼은 반응시간이 필요하고, 날씨 기온 습도 풍량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평균 10~15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 디테일브러시질. 디테일링브러시.

내 차가 정말정말 미친듯이 깨끗하다면 생략하고 10~15분동안 그냥 휴식을 취하거나 다음 단계 준비를 해도 된다. 그런데 니 차가 그렇게 미친듯이 깨끗하진 않을 것 같고, 내 차만큼 적당히 더러울 것 같다. 극단적으로이야기하면, 신차 구입후 1년쯤 됐고 한달에 세차장에 2회 정도 가서 "정상적으로" 디테일링을 하는 차 기준으로, 디테일 브러시질은 매번 해야 하더라. 특히 사이드미러나 도어캐치 근처에 눈물자국 생기는 차들 있지? 스노우폼 반응하는 동안 정성껏 브러시질 하면 눈물자국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이 제거되므로 드디어 눈물자국에서 해방이다. 

아이코트 다용도 우드 브러시 3종세트 (대중소, 6900원) 혹은 이보다 더 저렴한 싸구려 브러시 최소한 하나는 있어야 한다. 돈모(돼지털) 브러시가 가장 일반적인데, 써 보니 이런게 디테일링 할 때 가장 무난하다. 브러시 고를 때 세척건조때 도움이 되는 "손잡이 끝부분에 구멍/고리 붙어있는 제품"을 구입하길 권한다. 구멍 없으니까 건조할 때 겁내 불편하다. 세트를 구입하면 편한게, 경우에 따라 인테리어 클리닝에 브러시를 도입하고 싶어졌을 때 그냥 적당한 거 하나 꺼내서 쓰면 된다. 싸구려는 목재 브러시 손잡이에 아무 코팅이 안 돼 있어 세척건조때 시꺼먼 자국을 보면서 속상하기도 할텐데 바니슁 하는 것보다 그냥 대충 쓰다가 포교용으로 배포하는게 더 낫다.

이런 싸구려 돼지털 브러시 하나정도는 있어주셔야...


하여간 스노우폼이 반응하는 동안 디테일링 브러시 하나 들고 브러시가 지나갈 수 있는 모든 틈새를 공략한다. 브러시도 헹구면서 사용하면 더욱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으므로 그냥 헹굼없이 사용해도 된다. (작은 컵에 전용 그릿가드를 넣고.... 아아아 뭔 짓이람...)


 - 본세차 준비. 카샴푸.

버킷에서 그릿가드와 워시보드를 꺼낸다. 거기 버킷오거나이저에서 카샴푸도 꺼내라. 카샴푸 설명서를 보고 남은 물의 양을 확인한 후 적당히 카샴푸를 희석한다. 내가 위에서 안내한 방법대로 맞게 했다면, 지금쯤 워시보드의 1/3~1/2 정도가 물 위로 노출됐을 것이다. 그럼 대충 13리터 정도 남았을텐데, 권장 희석비율이 1:500인 케미컬가이의 미스터핑크(500mL, 13400원) 기준으로 대략 20~30mL를 넣으면 되는데 그럼 아까 집어넣은 계량컵으로.... 인터넷에서는 두 뚜껑 넣으면 된다고 했으니까..... 아씨 때려쳐. 

그냥 대충 넣어라. 카샴푸는 희석비율 안지킨다고 큰일나는거 아니다. 좀 많이 넣으면 윤활력이 확실하게 확보돼서 안전하다. 샴푸캡타입 용기라면 대충 뒤집어서 한번 쭈우욱 짜넣으면 된다. 두 뚜껑 넣으라고 돼 있는 용기라면 대충 그냥 그쯤 될 것 같이 걍 대충 넣어라 제발. 계량 잘못해서 큰일나는 거 아니니까. "그치만 내 카샴푸는 프리미엄 제품군이라 가격이 비싼데 ㅠㅜ" .... 그럼 집에서 빈 통으로 연습이라도 해 보거나, 1회분을 미리 소분해 두면 된다. 카샴푸가 비싸봤자 한통에 이만원인데, 비싼걸 쓴다고 니 차가 더 깨끗해지지는 않을테다. 내 "포교용" 세트에는 넉넉한 2회분의 카샴푸가 소분되어 샴푸캡 용기에 들어있는데, 짜넣기 직전 꼭 이야기한다. "반쯤 대충 짜 넣으세요"

카샴푸를 물과 잘 섞어야 하는데, 선택지를 줘 보겠다. 1) 그릿가드를 버킷에 세워넣어서 휘적거리면 잘 섞인다. 적당히 거품도 올라올거다. 2) 고압수로 쏘면 매우 잘 섞이고 거품도 고르게 올라와서 작업도 잘 되고 "뭔가 하는 느낌"도 난다. 혹시 1)을 선택하신 분은, 카샴푸를 희석한 버킷에 그릿가드를 대충 세워서 빙글빙글 휘적휘적 몇 번 해 주면 희석 끝이다. 언뜻 봐서 거품은 별로 많지 않아도 그 물이 샴푸물이 돼 있는거다. 이제 그릿가드와 워시보드를 제대로 장착하면 된다. 2)를 선택하신 분은 그냥 다음단계로 넘어가라. 



7. 2차고압수

프리워시의 마지막 단계. 지금까지 얹힌 APC 프리워시제와 스노우폼을 깨끗이 씿어내야 하는데... 그 전에 카샴푸에 거품좀 내고 가자. 10초 정도 카샴푸에 거품을 내 주고, 그대로 이어서 스노우폼을 씿어낼거다.


 - 카샴푸 포밍.

물과 카샴푸가 적정희석비율로 들어있는 버킷에서 그릿가드/워시보드를 빼내고 고압수건을 버킷 중앙에 수직으로 세워 노즐이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띄우고 물속에서 고압수를 발사한다. 목표를 센터에 넣고 스위치. 거품이 원하는 만큼 났거나 넘치기 시작하면 끝. 버킷에 그릿가드와 워시보드를 조립해넣는다.

10초 정도면 충분할거다. 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은 다시 읽어보고 뭔가 다르게 한 게 있을거라 확신을 갖고 틀린점을 찾아봐라. 이것 잘 안된다고 큰일나는 건 아니지만, 능숙하게 고압수를 쏴서 거품을 내는 모습을 누군가(포교대상, 여친, 지나가는 오지라퍼 등등등)에게 보여줘야 할 때도 있을테니, 할줄은 알아야지. 버킷 밖으로 거품물이 막 튀어나온다고? 이유는 이거다.

버킷 밖으로 거품물이 튀면 진짜 이거 안해서 그런거라니까?

 - 2차고압수

거품 다 냈으면 차체의 모든 스노우폼을 씿어내는데, 그냥 정성껏 쏘면 된다. 도어 틈새같은데는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천천히 꼼꼼하게 쏴줘야 한다. 다 쏘는데 4분쯤 걸리면 선방한 편. 다 쐈지? 그럼 운전석 문 함 열어봐라. 문 틀이건 어디건 거품이 혹시 남아있지 않나? 거품이 남아있으면 좀이따 마지막 고압수 쏠 때는 지금보다 더 꼼꼼하게 틈새를 쏴 줘야 한다고 알고 지나가면 된다. 아참, 휠하우스 안쪽도 잘 씿어냈지?



8. 본세차

흔히 미트질이라고 불리는 본세차다. 프리워시때 고압수+약재+폼샴푸로도 제거되지 않는 오염물이 분명히 있는데, 미트질을 해 주면 대체로 제거된다. 단, 미트질로도 제거되지 않는 오염물이 있다. 이건 대체로 "미트질을 더 열심히" 해서 제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약품을 사용해서 조금씩 여러번 반복"해서 제거하는 오염물일 거다. 타르라거나 왁스실패얼룩이라거나... 즉, 제거되지 않는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해 빡쎄게 힘줘서 미트질 할 필요가 전혀 없단 소리다. 미트질은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해도 충분하다.

 - 미트질. 스펀지양모워시패드. 극세사소형워시패드2.

mitt질. 장갑형태로 된 세차도구를 손에 끼고 카샴푸를 적셔서 차를 닦는다는 의미다. (거기 야구 포수 포구동작 생각하시는 분, 어쩌자고 여기까지 오셨나이까?) 

이게 제품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선택하는데 큰 혼란이 올거다. 전체형태에 따라 워시미트(속에 손을 넣을 수 있는 장갑형태), 워시패드(장갑 아닌형태)로 나뉘고, 털의 재질과 형태에 따라 양모, 극세사, 셔닐이 있겠고, 속에 스펀지 패드가 들어있는게 있고 안들어있는게 있다. "그냥 비싸고 좋은거 사면 되는거 아니오?" 응 아냐. 취급법이 아주 많이 다를 수 있어.

"짧은 양모로 구성된 워시패드인데 속에 스펀지 들어있는 물건"을 사는게 초보자에겐 제일 좋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잇츠윈 시그니쳐 X 패드(양모+스펀지 15*21cm, 11000원)가 그런 경우인데, 미트 형태는 손을 넣었다 뺐다에서 앞면 뒷면 사용의 자유도가 떨어지고 피로도가 올라간다. 패드는 걍 뒤집으면 되고 힘들면 잠시 내려놓으면 되는데, 미트는 손에서 빼야 이 묵직한 물건이 몸에서 벗어난다.(도라에몽도 아니고 -_-;;) 그럼 미트도 패드처럼 잡고 쓰면 되지않냐고 하기엔, 미트 형태가 가격이 좀 더 비싸다. 같은 회사 같은 브랜드 기준으로 20% 이상. 그래서 우리는 미트가 아닌 패드 형태를 고른다. 

양모가 이러저러해서 좋은거라는데 관리가 어렵다는 소문이 있더라. 털이 충분히 길면 관리가 어려운데 적당히 짧아지면 물을 머금는 양이 좀 줄어드는 대신 관리가 갑자기 확 쉬워진다. 그게 위의 제품이고, 머금는 물의 양을 유지하기 위해 속에 스펀지가 들어있다. 가격은 동일브랜드의 극세사스펀지패드(잇츠윈 버블윈 워시패드 14*22cm, 9900원)와 큰 차이 없다. 기왕 살거면 양모인거 티나게 크림색으로 사라. 회색은 언뜻 보면 양모처럼 안 보여서 지나가는 오지라퍼가 괜히 아는척하면서 어 워시미트는 양모쓰셔야되는데 하고 귀찮게 한다. 

내가 자꾸 지나가는 오지라퍼 이야기하지? 세차를 하다 보면 언젠간 반드시 주변의 다른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과 교류가 있게 될거다. 지인이건 동네사람이건 동호회건. 한국인은 다들 오지라퍼인거 알지? 당신도 인정하지? 아주 작은 계기로도 멀쩡하던 사람이 오지라퍼가 돼서 당신의 세차 도구에 "어 그거 그러는거 아닌데" 할거다(아마 99%는 "그거 아니고 내가 쓰는 이런 거 써야 맞다"는 장비자랑일거다). 그런 무의미한 간섭을 원천봉쇄하려면, 적절한 도구를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하면 된다. ..... 그럼 또 "그런거 생략해도 된다"는 놈이 나오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정확하게는 설명하지 못할거다. 친하게 지내지 마라. 정확하게 설명해서 이해가 되었다면 친하게 지내라. 그분은 오지라퍼가 아니라 은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적절한 워시미트 큰걸 하나 준비하고, 작은 미니 워시패드도 준비한다.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아이코트 버블킹 미니 워시패드(11*15cm, 2500원)는 1+1으로만 판매하는 것 같다. 미니 워시패드는 차량의 하부쪽, 분명히 오염이 심한 곳을 세척할 때만 쓴다.

큰거 하나, 작은거 두개.


양모워시패드를 버킷에 담그고 스펀지를 쥐락펴락 해서 확실하게 샴푸물이 스펀지에 스며들게 한 후 꺼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신경쓰지 말고 그대로 차의 도장면에 갖다 얹는다. 보닛이나 천장부터 시작하게 될텐데, 올려놓고 골고루 지나가도록 워시패드를 살살 끌고 다니면서 산책시킨다. 절대 누르거나 잡고 닦을 필요가 없다. 니가 사용하는 카샴푸는 세정력보다는 윤활력에 초집중되도록 지난 10여년의 세월동안 크게 변화해왔다. 빡빡 닦는다고 더 잘 닦이지도 않고, 살살 산책만 시켜도 충분히 닦일건 닦인다. 

이렇게 워시패드가 한 판(천장이나 보닛은 두판분량쯤 된다)을 닦고 나면 그대로 버킷에 담가서 워시보드에 살살 문질러 이물질을 털어내고 쥐락펴락 해서 꺼낸 다음 계속 하면 된다. 한 판마다 한번씩 워시보드에 털어내려면 1) 천장*2, 2) 앞뒷유리*3, 3) 도어*4, 4) 보닛*2, 5) 트렁크*1, 6) 휀더*4, 7) 앞뒤범퍼*4 정도의 횟수로 대략 워시보드에 20번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귀찮고 체력을 많이 빼앗길 수 있다. 한 판 하고 워시패드를 뒤집어서 내려놓기 전에 스펀지를 가볍게 짜서 샴푸물이 나오게 해 주고 미트질을 진행하면 워시보드에 다녀오는 횟수가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워시패드의 앞뒷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소리다.


상대적으로 덜 더러운 전체 도장면과 유리를 큰 워시패드로 다 산책했으면, 큰 워시패드는 버킷오거나이저에 꽂아둬도 된다. 미니워시패드를 사용해서 차체 하부의 도장면과 휠하우스를 닦아준다. "어 그냥 큰 워시패드로 하면 안되나?" 어 그래도 돼. 그런데 큰 워시패드는 물먹으면 무겁고, 그걸 들고 위로 올려서 하부의 도장면을 닦아줘야 하는데, 체력 떨어져서 이제 팔이 안 올라올텐데? 시키는대로 작은걸로 준비해라. 버킷을 바로 옆에 두고 한 번 지나가고 바로 헹군다. 오버 아니냐고? 한 번 지나가고 미니워시패드를 봐라. 어마어마한 양의 오염물이 붙어있을 것이다. 그게 달라붙어있는 상태로 계속 미트질을 하면 조금씩 도장면을 손상시킬 것이고, 겨울철 지나고 나면 부식도 빨라질 것이고 그럼 어딘가에서 녹꽃이 피어나며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체력이 여유가 돼서 휠하우스 안쪽(여기는 도장면이라고 보기도 뭐하다)까지 미트질을 완료했으면 이제 고압수로 씿어내면 된다.

카샴푸를 다 사용했으니 마지막으로 모든 미트들을 한번씩 워시보드에 문질러 큰 이물질이 확실히 없도록 헹궈주고 꾹 짜서 가볍게 만든 후 버킷오거나이저에 꽂는다. 버킷오거나이저를 버킷에서 분리하고, 그릿가드와 워시보드도 꺼낸 후 버킷의 남은 카샴푸물을 베이의 배수로에 쏟아비운다. 다시 그릿가드를 집어넣고 버킷오거나이저째로 버킷속에 집어넣고 하여간 넣을 수 있는 "세척해야 하는 것들"을 모두 버킷에 집어넣는다. 아까 휠 닦을 때 사용한 휠브러시라거나.



9. 3차고압수

세정의 최종단계다. 고압수를 정성껏 쏴서 차 전체에서 모든 샴푸가 사라지도록 한다. 고압수를 정말 정성껏 쏴서 문을 열었을 때 거품이 하나도 없도록 해야 한다. 5분 정도 정성껏 쐈더니 모든 문틈에서 거품이 전혀 발견돼지 않았다.

혹시 베이에 하부세차 기능이 있다면 3차고압수 직전에 사용하길 권한다.



이제 드라잉존으로 이동해서 드라잉하고 마무리해야 하니 베이를 비워야 하는데, 베이를 비우기 전에 체크할 게 꽤 많다.

1) 세차가 제대로 됐는지?

 - 아직 떨어지지 않은 벌레사체 등이 있는지 확인한다. 수성약재를 써야 하니 고압수를 이용할 수 있는 베이에서 추가작업을 하는게 편하다. 고압수로 씿어내는게 원만한 약재를 사용해야 한다면 베이에서 마저 마무리짓고 나서자. 유막제거는 2차고압수와 3차고압수 사이에 하길 권장하지만 까먹었으면 이때라도 하면 된다. 안그럼 타월 하나 이상을 소진해야 한다. 하여간 "물로 씿어내는 작업"을 아직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진행하면 된다. 시멘트물자국같은게 있다면 식초나 묽은 염산으로 중화시키고 물로 씿어내야 하니 이것도 베이에서 추가작업을 하자. 수성약재를 안 써도 된다면 - 이를테면 타르제거제는 유성기반약재라 물로 제대로 씿겨나가지 않으니 - 드라잉까지 모두 마치고 따로 처리하는 게 적절하고 덜 힘든 방법이다. 다시 말한다. 그게 덜 힘든 방법이다.

2) 내 도구는 잘 챙겼나?

 - 쫌이따 드라잉하고 코팅끝나면 도구 챙겨서 집에 가야 한다. 세척할 도구를 모두 모아둔 버킷과 버킷뚜껑 등 모두 한 곳으로 모아둔다. 드라잉존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트렁크에 넣어버려도 된다.

3) 베이의 원래 장비는 원위치 됐는지?

 - 원래의 장비를 원위치에 두는 건 상식이다. 가끔 폼건 자리에 고압수건을 맞바꿔놓는 사람이 있다카던데, 이것때문에 꽤 많은 세차장에서 폼건은 숏랜스로, 고압수건은 롱랜스로 장착해서 거치해두는 것 같다. 고압수건이 폼건홀더에 제대로 못 걸리도록. 사다리도 원위치해두고, 차를 이동할 때 걸리는 게 없도록 장비들을 원위치해둔다.

4) ...내가 드라잉 타월이 몇 장 있더라?

 - 드라잉타월을 챙겨두긴 했냐? 그거 한 장으로 드라잉하려면 꽤 빡쎄다. 차체에 있는 물을 최대한 미리 떨쳐내고 드라잉타월을 잡을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소형차 기준 큰거(60~70*90cm정도) 두 장이면 큰 문제 없다. 큰 거 두 장, 중간거 두장 정도 있으면 아주 여유있다. 드라잉타월이 부족할 것 같으면, 베이를 떠나기 전에 호스나 바가지/컵으로 물이라도 끼얹어서 큰 물줄기가 작은 물방울들을 끌고 가는 "워터드라잉"이라도 미리 해야 할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베이에서 브레이킹으로 무게중심 옮겨서 물좀 떨어내든가, 보닛/트렁크라도 열었다 닫아서 가급적 물을 제거하자.

이제 드라잉하러 드라잉존으로 차를 옮기자. 아, 개러지식 세차장이면 그냥 베이에서 계속하면 되겠네?



10. 드라잉

물기를 제거하는 작업의 총칭이다. 타월로 흡수하든, 고압에어로 날려버리든 하여간 차에서 물기가 사라지게 하는 작업이다.

가끔 드라잉 대충 하고 마음이 벌써 집에 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버려두면 닦이지 않는 미네랄 기반의 물자국이 남을 수 있다. 드라잉은 여러모로 대단히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모든 물기를 깨끗이 제거하는게 좋다.

 - 드라잉. 대형단면드라잉타월2. 소형양면드라잉타월2. 방수가방2.

자꾸 까먹는 것 같은데, 지금 계속 힘들지 않을 방법을 따라가는 중이다. 드라잉타월을 짜서 털어내고 사용하는 방법은 그래서 절대적으로 비추천한다. 드라잉타월은 적당히 크고 적당히 여러개 있어야 한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60~70*90cm 정도의 단면 드라잉타월 2개 정도면 소형차는 여유있게 드라잉할 수 있다. 톨른 카케어 하운드 대형 드라잉타월(단면60*90cm, 9700원)이 써본 것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었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평가하는 울트라레인보우는 좀 실망스러웠다. 대형 양면은 물 흡수능력이 대형 단면의 두배(...가 안되는) 정도인데, 기본 무게도 무겁고, 물을 머금으면 대형 드라잉타월 두개 들고 다니는 셈이 되니 우리는 선택하지 않기로 한다. 중형 양면은 대형 단면과 비슷한 물을 흡수하는데, 타월 면적이 클 필요가 없는 곳(도어, 휀더)을 처리할 때 그럭저럭 유용했다. 그런데 대형 단면을 접으면 중형 양면처럼 쓸 수 있으니... 뭐 알아서들 해라. 퓨어스타 양면 보스 드라잉타월(양면60*50cm, 5900원)을 그래서 사 봤는데,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대형단면드라잉타월 기준으로, 앞유리 먼저 드라잉하고 천장 반판 > 운전석 유리/도어 > 뒷좌석 유리/도어 > 보닛 > 프런트휀더 > 헤드라이트/앞범퍼 까지 하면 아직 드라잉타월의 흡수력이 여유있다. 이 드라잉타월은 방수가방2에 던져두고, 두번째 대형단면드라잉타월을 꺼내서 뒷유리 먼저 드라잉하고 남은 천장 반판 > 조수석 유리/도어 > 뒷좌석 유리/도어 > 트렁크 > 리어휀더 > 뒷범퍼 까지 하면 이것도 흡수력이 여유있다. 이 드라잉타월도 방수가방2에 던져두고, 소형양면드라잉타월을 꺼낸다. 사이드미러 > 모든 도어를 열고 도어프레임과 도어안쪽에 있는 물기를 제거하고, 트렁크안쪽과 보닛안쪽, 엔진룸주변, 주유구 커버 안의 물기도 제거한다. 차체 하부 도장면의 물기까지 제거해주고, 휠과 타이어까지 마무리하면 끝. 방수가방2에 던져두자. 소형 양면 드라잉타월은 "한 번만 접으면 손에 쏙 들어와서 차체 하부 도장면을 닦아도 바닥에 끌리지 않을 크기"라고 생각하면 되고, 퓨어스타 듀플렉스 드라잉타월(25*40cm, 4900원)이 내 취향과 잘 맞았다.

어지간하면 이거 해라 저거 하지마라 선을 그어주겠는데, 이것만큼은 선을 그을 수가 없어 선택지를 주겠다. 두번째 소형양면드라잉타월로 틈새의 물기를 제거하는데, 드라잉타월로 살짝 커버치고 고압에어로 쏘면 튀어나간 물이 그대로 타월에 흡수된다. 그런데 이게 해도 해도 끝없이 물기가 나오고, 해도 물 나오고 안해도 물 나온다. 고압에어를 사용하지 않을 나같은 사람은 그냥 틈새에 잠시 드라잉타월 콕 찔러놓고 있으면 쪼로록 빨려나온다. 그런데 휠은 고압에어로 쏘는게 제일 편한 방법이라서 어차피 해야 할 거야 아마...


"어 잠깐 고압에어로 먼저 쏘고 드라잉타월로 물기닦는거 아니었어?"

...그것도 고압에어 잘 쏘는 사람한테나 해당되지, 니가 하면 여기서 쏜 물이 다른 틈새에 고스란히 다시 들어가니, 우선 전체 물기를 제거한 다음 소형타월과 고압에어를 병용하라고 하는거다. 어차피 집에 도착하면 어딘가에서 흘러내린 물자국이 있을거다. 이유불문하고 퀵디테일러 가볍게 칙 뿌려주고 버핑타월로 닦아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알고 있으면 된다. 매우 높은 확률로 손이 다시 가야 하는 부분이라 틈새 물기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거하는지는 각자의 선택에 맡긴다.




11. 추가 오염 제거

이제 모든 세정이 끝났는데, 드라잉하는 과정에서 차에 "닦이지 않은 오염"이 있는지 보게 됐을 것이다. 이거조차 안 보면서 드라잉할거면 셀프세차 하지 마라. 셀프세차는 이런 걸 찾아 제거하는 게 가능하고, 자동세차는 당연히 찾지도 않고, 손세차 맡겨도 잘 안 보이는 오염은 그냥 막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없던 워터스팟을 만들기도 하던데 뭐...) 

고압수 프리워시로 대부분의 dirt를 제거했고, 프리워시 약재와 스노우폼으로 대부분의 grime과 일부 traffic film이 제거됐고, 남은 오염을 본세차 미트질하면서 모두 제거했어야 정상인데, 그래도 남아있는 오염이 있다면, 타르/나무진같은 찐득한 계통의 오염, 아주 오래된 큰 벌레사체처럼 도장막의 클리어층을 파고든 오염, 뜨거울 때 생긴 물자국이나 드라잉을 미진하게 한 물자국 처럼 클리어층에 고착된 오염이 있겠다. 

찐득한 계통의 오염은 타르제거제/스티커제거제를 사용하면 되고, 클리어층에 파고들었거나 고착된 오염은 연마제 성분이 없는 페인트클린저를 먼저 사용해본다. 타르제거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도장면에 생긴 가벼운 추가오염도 페인트클린저를 먼저 사용해본다. 그래도 오염이 남아있다면 "닦이는 오염"이 아니고 "깎아내야 하는 오염"이란 뜻이니, 이거 괜히 DIY 하겠다고 나섰다가 도장면 손상시키지 말고 여기서부터는 전문가 영역이라 생각하고 디테일링 샵에 의뢰해라. 컴파운드질 하면 된다고? 그거 제대로 취급할 줄 모르면 어마어마한 면적에 어마어마한 사고를 칠 수 있다. 어쨌거나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부드럽게 여러번" 하면 누구나 도장면에 큰 손상 없이 오염을 닦아낼 수 있다. 

각 오염을 제거할 때 해당 약재와 극세사 막타월/버핑타월이 필요하니 타월은 여유분을 항상 챙겨두자. 제일 좋은 점은 해당 약재를 구입할 때 그 약재 전용 타월을 함께 구입하는 것이다.(약품 색상과 타월 색상을 깔맞춤하면 혹시 세탁이 좀 미진하게 됐더라도 다른 약품이 혼용될 가능성이 줄어 더욱 좋다)



12. 코팅

모든 세정이 끝나고 추가 오염을 모두 제거해서 오염되지 않은 도장면을 얻었다. 이제 코팅을 올릴 차례인데, 코팅 안 올리면 다음번 세차가 여.러.가.지. 이유로 힘들어진다. 코팅은 무조건 반드시 꼭 뭐라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해라. 다시 말한다. 코팅 안 올리면 다음번 세차가 힘들어진다. 코팅 올리는 중에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있으면 버핑타월로 대충 흡수해서 닦아줘도 큰일나는거 아니다.

니들 차에 올리길 권장하는 코팅은 세 가지다.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세 가지를 다 하게 돼 있다.

1) QD : 적절한퀵디테일러. 버핑타월2.

 - Quick Detailer는 흔히 QD라고 불린다. 차체의 기본 보호코팅이 적절히 돼 있을 경우, 세차를 마치고 간단하게 퀵디테일러만 올려주면 된다. 한 판에 한두 번 칙칙 뿌리고 타월로 골고루 발라주고, 버핑타월의 마른 면으로 남은 QD를 닦아내주면 된다. 소형차 기준 버핑타월 1개론 좀 모자라고 2개면 충분히 남는다. 안 닦아내주면 이상한 자국이 남을 수 있다. 차체의 기본 보호코팅이 제대로 안 돼 있을 경우 별 큰 효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본 보호코팅이 무엇인가에 따라 권장 퀵디테일러가 달라질 수도 있다. 버핑타월도 여러가지 제품이 있는데, 힘이 덜 들려면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물건이 조금이라도 유리하다. 퓨어스타 플러쉬 무봉제 라이트버전(그레이/40cm*40cm, 2900원)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넉장이 수납돼 있네.

2) 그래핀 세라믹 코팅 : 그래핀코팅제. 어플리케이터. 버핑타월2.

 - 차체의 기본 보호코팅으로 추천한다.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그래핀 코팅제를 출시하고 있지만, 내가 쓰는 아담스 그래핀 코팅제 기준으로만 이야기하겠다. (아담스 그래핀 코팅제는 스프레이버전조차도 꽤 괜찮은 물건이다.) 실런트 계통의 코팅제이기때문에 도장면과 확실하게 결합되며, 내구성도 상당히 괜찮고 작업성도 뛰어나다. 어플리케이터에 스며들게 해 주고 차체에 골고루 얇게 펴바른 다음 1~2분쯤 지나서 무지개색이 보이면 버핑타월로 살살 닦아낸다. 유리에 코팅하면 꽤 괜찮은 발수코팅도 이루어진다. 전용 퀵디테일러가 따로 있으니, 세차를 마친 후 QD 작업하고 유리 따로 작업할 필요 없이 그냥 모든 곳을 QD 하나만 들고 작업하면 된다.

3) 글레이즈 : 비연마성글레이즈. 어플리케이터. 버핑타월2.

 - 이미 니 차의 도장면에는 다양하고 많은 미세흠집이 잔뜩 있을 것이다. 그래핀 코팅제로 약간 줄어들긴 하는데, 그래핀 코팅제가 원래 스크레치/스월마크 감춰주는 목적의 코팅제는 아닌 것이다. 글레이즈는 미세흠집을 메워서 평면 비스므리하게 만들어주는, 광빨 중점의 실런트다. 그동안 생긴 미세흠집이 많다면 글레이즈를 도장면/하이그로시트림에 어플리케이터로 발라주고 설명서 보고 15분쯤 뒤에 버핑타월로 닦아낸다. 모터쇼 나가는 차들에 바르는게 이런 거라고 하더라.


추천 순서는 이렇다. 글레이즈 > 그래핀 세라믹 코팅 > 다음번 세차때 전용 퀵디테일러. 몇달 지나고 발수력이 약해졌다 싶으면 다시 그래핀 세라믹 코팅의 반복. 이게 기본 테크트리이고, 중간에 추가로 생긴 미세흠집을 메워야겠다 싶으면 세차후 글레이즈 작업 후 45분(제품에 따라 경화시간이 다르다)쯤 후 그래핀 세라믹 코팅. 이렇게 여러 겹으로 코팅 올리는 걸 레이어링이라고 한다.

글레이즈 올린 후 그래핀코팅까지 올린 상태. 쩌는 광택이 나온다.



"어? 고체왁스가 그리 좋다는데?"

 - 너 이때까지 세차도 똑바로 못할 만큼 관리 못했는데 "보호" 목적의 코팅을 제껴두고 "광택" 목적의 코팅을 올리겠다고?(세수도 안하고 화장품 떡칠하겠다고?) 정 하고 싶으면 실런트 계통의 글레이즈와 그래핀 코팅을 모두 올린 다음, 다음번 세차때 QD 작업하지 말고 고체왁스 올려라. 광은 좋을거야. 내구성이 별로 시원찮아서 문제지...

"유리막 코팅이 더 좋은거 아냐?"

 - 그게 다 그거고 다 비슷한거야. 실런트는 도장면과 확실하게 결합하는 코팅류를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고, 그 중에 세라믹 기반으로 유리막을 형성하는 산화규소가 포함되면 유리막코팅, 거기에 산화그래핀 성분도 포함되면 그래핀 코팅이라고 하는거야. 내구성 작업성 가격 등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그래핀 코팅이 제일 진보한 물건인데, 더 쉬운 작업성인데 신소재랍시고 업자들은 작업비용을 하늘끝까지 올려버리지. 그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거 하면 되고 자세한 건 나한테 물어보지 마라.


4) 타이어/트림 드레싱. 플라스틱복원코팅제/타이어코팅제/레자왁스. 타이어전용어플리케이터.

"세 가지라며?"

 - ㅇㅇ 권장하는 코팅이 세 가지고, 이건 그냥 니 선택이다. 갈변제거까지 마치고 까만색이 된 타이어의 콘트라스트를 높여주는 코팅이다. 보호역할은 거의 하지 못하니 내가 권장할 이유가 없다. 다음번 세차가 특별히 편해지지도 않고. 타이어코팅제를 전용어플리케이터에 뿌리거나 발라서 타이어에 바른다. 타이어에 직접 뿌리면 휠이나 다른 곳에 다 튄다. 타이어전용 어플리케이터는 세척하지 않고 닳아망가질때까지 사용할 예정이니 보호커버가 있는 걸로 사자. 브랜드를 알 수 없는 타이어 광택 스펀지+보관함(1700원)같은건 하나 사서 한참 쓰다가 스펀지 망가지면 버리고 하나 새로 구입하면 그만이다. 타이어코팅제가 없으면 그냥 레자왁스를 사용해도 큰 문제 없다. 레자/고무용 싸구려 레자왁스 특유의 매트한 광택이 취향인 나같은 사람도 있다. 

이걸 왜 언급하냐면, 세차의 끝은 타이어 드레싱이라고 할 만큼, 화룡점정의 보여주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 SUV의 하단에 있는 플라스틱 트림은 색이 허옇게 떴을 때 플라스틱 복원 코팅제를 발라주면 되는데, 손상이 경미하고 하이그로시가 아니라면 그냥 레자왁스를 발라도 된다.

"휠은?"

 - 철분제거 적절하게 끝나서 휠이 깨끗한 상태가 되면 그냥 그래핀코팅 올려라. 이너림 안쪽에 아직 찌든 때가 남았다면 거긴 코팅하지 말고 스포크랑 휠캡이나 코팅하고, 다음에 깨끗한 상태가 되면 그때 그래핀코팅 올려라. 이너림 안쪽은 손도 안닿고 불편한 경우가 많을텐데, 다음번 엔진오일 교환할 때쯤 세차하고, 카센터에서 리프트로 올려서 차 밑에 들어가서 이너림 안쪽을 물티슈나 걸레로 잘 닦아주고 휠 돌려가면서 코팅해주면, 이너림을 이보다 더 잘 코팅하는 방법은 휠을 빼서 하는 방법뿐이다. 고압수만으로 어지간한 오염이 제거되므로 큰 메리트가 있는 작업이다. 난 세차장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 작업으로 이너림쪽에 대충 그래핀 코팅 스프레이 칙칙 뿌려두고 끝이다. 집에 가는 동안 원심력으로 골고루 펴지겠거니 생각하고. 아님 말고.




이제 모든 세차가 끝났고, 깨끗한 차체에 타이어를 제외하고 모두 그래핀 코팅이 올라가 있다. 그래핀 코팅의 특성 덕분에 오염물이 잘 달라붙지 않고, 달라붙은 오염물도 쉽게 제거된다. (벚나무 밑에 주차했다가 열매 떨어져 터진 자국이 고압수만으로도 씿겨나간다) 뿌듯하지? 고생했으니 가서 에너지 드링크 하나 사먹으면서 사진찍어 인스타에 올려라. 아, 저기 틈새에서 물 흐른다. 물 닦고 QD로 마무리해라.



13. 용품정리

세차장에서 하는 정리가 있고 집에 와서 하는 정리가 있다. 번거롭지만 이렇게 해야 다음번 세차가 힘들지 않다.

1) 세차장에서 정리

부피가 큰 드라잉타월 큰거 두 장을 제외한 모든 타월을 방수가방에 쑤셔넣고, 타이어드레싱용 어플리케이터는 세척하지 말고 커버 씌워 잘 보관한다. 나머지 모든 용품을 개수대에 가져가서 세척한다. 카샴푸나 프리워시제 등 약품도 외부에 뭍어있으면 함께 세척한다. 

압축분무기는 안팎으로 헹궈주고, 물 1리터정도를 채우고 압축해서 배수로를 향해 분사하고 버튼을 잠궈 고정한다. 약재가 묻은 관 안쪽이 세척된다.

어플리케이터는 빨랫비누를 벅벅 발라 조물조물 비벼주고 그릿가드에 문질문질 해 주기를 몇번만 반복하면 깨끗해진다. 거품이 쉽게 발생하는 상태가 되면 깨끗해졌다고 생각하고 헹구고 꼭 짜서 끝이다. 

버킷을 비롯한 모든 도구들은 안팎으로 잘 헹궈주고, 뭐가 묻어있으면 대충 슥슥 손으로 문질러 헹구면 아마 다 떨어질거다. 지금쯤 압축분무기도 세척이 끝났을거다.

브러시들은 거품과 검은 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꽤 꼼꼼하게 행궈줘야 하고, 배수로를 향해 물을 뿌리듯이 털어내주면 충분하나, 주변에 다른 사람이나 다른 도구에 튀지 않도록 주의해라. 

모든 도구는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 주는게 좋지만 뭐 꼭 지금 그럴 필요는 없다. 차로 가지고 와서 버킷에 모든 용품들을 차곡차곡 챙겨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드라잉타월로 버킷과 압축분무기 외부의 물기를 제거하고 트렁크에 싣자. 이 드라잉타월은 방수가방에 쑤셔넣자. 드라잉타월 하나 남았지? 버킷뚜껑 위에 얹어두자.


2) 집에서 정리

오늘 사용한 도구중 손질해야 하는 도구를 모두 집으로 들고 들어온다. 항상 차에 비치하는 물건이 있다면(유리용/실내용/타르제거제 등) 잔량체크, 약품통의 외부오염 체크하고 정해진 곳에 잘 보관한다. 아마 버킷(위에 사용하던 드라잉타월이 얹혀진), 압축분무기, 방수가방(사용한 타월이 든)을 들고 오게 될거다.

압축분무기를 드라잉타월로 최대한 물기제거 해 주고 분사고정하고 뚜껑을 살짝만 닫아둔다.(남은 수분이 제거되고 냄새가 안나게 된다) > 끝.

드라잉타월을 들고 버킷뚜껑을 열어서 안팎으로 닦아준다. 다 닦은 도구들을 이 위에 얹어둘거다.

워시미트들을 꺼내서 방수가방에 넣는다. 브러시들과 어플리케이터도 방수가방에 올려둔다.

카샴푸나 약품, 기타 소분통을 꺼내 외부 물기를 잘 닦아서 버킷뚜껑에 올려둔다. 버킷오거나이저와 계량컵 등도 꺼내서 잘 닦는다. 그릿가드와 워시보드도 꺼내서 대충 물기를 제거하는데, 드라잉타월에 두들기는 느낌으로 하면 편할거다. 구멍이 많아서 이걸 꼼꼼하게 물기제거하는 건 미친 짓이다. 빈 버킷을 잘 닦아준다.

버킷에 그릿가드를 넣고, 버킷오거나이저를 넣고, 워시보드도 세워넣고 남은 물기제거한 세차용품들도 다 집어넣는다. 소분한 모자란 약품 등은 미리 보충해둔다.(카샴푸를 제외하면 희석한 프리워시제밖에 없을걸?) 뚜껑을 닫지 말고 걸쳐만 두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면 알아서 다 마른다.

방수가방을 욕실로 가져가 브러시들/어플리케이터들을 점검하고, 세척이 미흡하면 추가세척한다.

방수가방에서 타월을 꺼내 심한 오염이 있는 것만 빨래비누로 대충 세탁한다. 특별한 오염이 발견되지 않으면 버핑타월들만이라도 대충 세탁한다. 

천연양모 워시미트를 사용한다면 따뜻하지 않은 물로 정성껏 헹궈준다.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응달에서 말려준다.

천연양모가 아닌 모든 타월과 워시미트들을 세탁기에 넣...는 중에 제일 덜 축축한 드라잉타월로 방수가방을 닦아주고 방수가방은 옆으로 치우고 남은 드라잉타월도 세탁기에 넣는다. 섬유유연제가 없는 보통의 세탁세제로 세탁하는데, 물온도는 너무 높으면 안되고(30~40도 권장), 구형 드럼세탁기의 가열식 건조도 안된다. 탈수는 1400rpm 정도로 쎄게 돌려도 괜찮더라. 나는 구형 빌트인 소형 트롬으로 리큐 세제를 대충 넣고 30도 급속코스에 헹굼추가로 1400rpm 탈수를 돌리는데 한시간이 좀 안 걸리며, 놀랍도록 깨끗하게 세탁돼서 깜짝놀랐다. 모두 팡팡 두번씩 털어서 빨래건조대에 널어두고, 양모워시미트만 햇빛 들지 않는 곳에서 말린다(큰 타월 뒤에 숨겨둬도 되고, 실내의 세탁건조대 위에 대충 얹어놓는 걸 추천한다). 브러시들과 방수가방도 양모워시미트와 함께 응달에서 말리면 좋다. 

건조가 끝난 워시미트들과 브러시들을 버킷에 넣고 정리하여 뚜껑을 닫는다. 중간에 한 번 열어보고 뚜껑에 물방울이 맺혀있지 않나 꼭 살펴보자. 건조가 다 안 끝난게 섞여있단 뜻이니 한 이틀 뚜껑을 살짝 열어두면 된다. > 끝.

건조가 끝난 타월들을 방수가방에 넣고 정리한다. 먼지가 앉지 않도록 타월들만 편하게 꺼낼 수 있는 별도의 가방을 도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 끝.


다음번 세차때 버킷, 타월든방수가방, 압축분무기 챙겨들고 나서면 된다. 나머지는? 차 안에 보관하든가 가방 하나 더 챙겨서 알아서 왔다갔다 한 번 더 하든가 하면 된다. 나는 나머지와 모든 타월/방수가방을 항상 차에 두고 있다. 포교용으로 버킷세트 하나를 더 들고 이동해야 하니 내 버킷 + 포교용 버킷 + 압축분무기로 딱 한번만에 다 들고 이동하기 위해 나머지를 트렁크에 정리해서 보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리용와플,태리*2(막타월),소형태리*4(실내용/작은면적이물질제거용),
소형양면드라잉,중형양면드라잉,대형단면드라잉*2,소형버핑*2,두꺼운버핑,라이트버핑*4,
오른쪽위부터 타이어드레싱패드,글레이즈용롤리팝어플,그래핀용어플




14. 힘들지 않은 셀프세차

정상적으로 코팅이 돼 있는 상태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그냥 깨끗하게 세차가 끝난다.

냉각(이 단계에서 실내를 청소하든가 말든가 알아서 하고)
휠타이어세척(브러시1종사용.이너림은고압수만)
고압수 프리워시
압축분무기로 알칼리성 APC 프리워시
스노우폼 도포
디테일브러싱
고압수 세척
버킷세차 미트질(산책하듯이/잘헹궈가며)
고압수 세척
드라잉(드라잉타월 아낌없이 여러장 사용)
전체 코팅.(QD권장.타이어코팅선택)

그럼 이렇게 된다.

사실 이건 디테일브러싱도 안했고 드라잉도 하다 말았고 QD도 대충 올렸다...


뭐 엄청 복잡하고 번거롭고 귀찮은 것 같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이런 절차를 밟는거다. 


"그냥 세차장에 있는 거품솔 쓰면 안돼?"

거품솔의 관리상태가 어쩌고 스크레치가 어쩌고를 떠나서... 그거 엄청 무겁다. 그거야말로 셀프세차를 극단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주범이다. 절대로 쓰지 마라. 힘들어서 다시는 세차하기 싫어진다. 워시패드를 차체에서 산책만 시키자니까?


"그냥 세차장에 있는 왁스세차기능으로 코팅하면 안돼?"

아무 코팅이 전혀 안 돼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안한 것보다 나은 것 뿐이다. 원치 않는 곳에 왁스가 발라질 수도 있고, 드라잉 과정에서 얼마나 닦여나가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왁스인지도 모르겠는데 앞유리에도 잔뜩 발라지니 유막 걱정도 되고 유리는 다시 닦아야 속이 시원하기도. 물왁스가 실런트보다 내구성이 좋을 리가 없으므로, 다음번 세차할 때 또 많이 더러워진 차를 긴 시간 열심히 닦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정상적인 코팅이 돼 있으면 다음번 세차가 쉬워진다니까? 코팅이 잘 돼 있으면 추가 오염 자체가 잘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힘들이지 않고 세차가 진행된다. 


앉아서 작업해야 하는 휠/타이어는 앉은뱅이 의자를 추가로 준비하는 것 보다는 그냥 한쪽 무릎 꿇고 앉아 후딱 끝내는 게 낫고, 무거운 버킷을 덜 힘들게 이동하려면 버킷돌리(및 대체품) 도입 및 포지션 연구가 필요하며, 허리를 숙이는 모든 동작은 평상시 하체 운동을 해서 허리를 세우고 다리를 움직이면 허리 다칠 가능성도 확 줄어든다.

그럼 대략 아래 영상처럼 여유있게 2시간 30분 정도면 디테일링 세차가 만족스럽게 끝난다.

스토닉 셀프세차 데이트 풀버전 (약2시간)




이제 방법과 도구는 모두 알았으니, 정리해서 "초보자가 힘들이지 않고 셀프세차하기 위해 필요한 용품"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정산해보자. 내가 구입한 금액에서 천원단위로 올림했고, 다른 더 가성비 좋은 제품도 있을 것이다. 참고삼아 올린 견적이며 어떤건 배송비 포함, 어떤건 무료배송, 어떤건 일정금액 이상 모이면 무료배송 뭐 조건이 다양한데, 이 모든 것을 전부 판매하는 쇼핑몰은 없었다. 몇군데로 분산해서 구입하면... 내가 저 아래의 물품들을 구입할 때 지출한 배송비는 막타월3장(배송비포함)뿐이었다.(하도 많이 질러서 전부 묶음 무료배송)


물티슈. 그냥 아무거나 차에 상비하는 거면 충분.

실내세정제(올인원 다목적) : 1만4천원.

실내용 극세사막타월3장 : 1만3천원.

충전식 무선청소기 : 4만원? 나는 2만3천원일때 샀다;

유리세정제(틴팅필름사용가능한거) : 6천원.

유리전용와플타월2 : 3천원*2장=6천원.

버킷(반투명) : 8천원.

버킷손잡이 : 1천원.

그릿가드 : 6천원.

워시보드 : 5천원.

압축분무기 : 5천원.

갈변제거/버그제거용 스프레이 소분통 : 2천원.

계량컵 : 3천원.

프리워시제 원액(알칼리성/갈변제거가능) : 1만4천원.

코니컬튜브소분통 2개(샴푸용/프리워시용) : 2천원.

버킷오거나이저 : 8천원. 난 이것도 두개 달았다;

버킷뚜껑 : 5천원.

휠클리너(철분제거제포함) : 1만~2만4천원. 1만4천원짜리를 선물받아 써봄.

휠브러시(이너림브러시) : 2천원~1만원. 자기 휠의 모양과 오염도에 맞춰 골라야 한다.

휠타이어브러시 : 6천원.

방수가방1 : 1만7천원.

방수가방2 : 1만원.

디테일링브러시(돈모) : 2~7천원. 3개 세트에 7천원짜리 구입하여 1개 포교, 1개 포교용장비, 1개 내가사용.

카샴푸(희석비 1:500~1:800) : 9천원~1만4천원. 1만4천원짜리 거의 다 비어가서 9천원짜리 사봤다.

양모워시패드(짧은털/스펀지내장) : 1만1천원.

미니워시패드(하부용 1+1) : 3천원.

드라잉타월(대형 단면) 2장. 각1만원 = 2만원.

드라잉타월(소형 양면) 2장. 각5천원 = 1만원.

아담스 그래핀 디테일 스프레이 : 2만8천원.

버핑타월(40*40)2장. 각3천원 = 6천원.

아담스 그래핀 세라믹 코팅 스프레이 : 4만2천원.

어플리케이터 : 1만원.(어플 2개, 그립 하나)


...얼마일 것 같아?


32만원이 넘는다 ㄷㄷㄷ

아참 이 중에 철분제거제는 사실상 1회용이다 ㄷㄷㄷ 철분이 많이 찌들어있는 상태라면 1회차 사용때 거의 다 쓰게 된다.

물리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니까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 셀프세차를 힘들지 않게 하려면 최소 이 정도 비용의 준비물이 필요하고, 이 준비물이 완비돼 있지 않다면 어딘가에서 "힘들게" 하거나, "재주껏" 해야 한다. 

이거 다 구비하려면 제품을 고르는 것만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하고(내 세트를 구성 완료하는데 3개월 정도 걸렸다), 비슷한 제품은 겁나게 많고, 비용은 비용대로 소요되는데 그럼 자동으로 세차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시간과 비용을 또 들여서 정성껏 땀흘려 노력을 들여야 한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이런 바보같은 짓이 또 어디있을까? 그래서 그냥 주유소 자동세차기 들어가고 몇년마다 한번씩 광택 내주고 가끔 생각나면 물왁스나 뿌려보고 하는게 디테일링 세차를 하지 않는 보통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세차환자의 길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정성을 들여 디테일링 세차를 하는 게 그냥 막세차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래서 내가 준비했다. 포교용 버킷세트. ADK의 TEO님은 자기 영상 보여주고 환자로 만들어 같이 세차하러 다니라고 하는데, 물리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을 커버해 주지는 못한다.(디테일링위드미) 그건 내가 커버해 주기로 했다. 내가 돈이 썩어나서 그러는 게 아니고, 나의 소중한 지인들이 차량관리를 잘 하고 싶은데 올바르게 하는 방법을 몰라서 차량을 점점 손상시키는게 안타까워서 내돈내산 장비를 1세트 더 준비했다. 그럼 나의 포교대상은 대략 얼마정도를 지출하게 되는지 보자.

물티슈그냥 아무거나 차에 상비하는 거면 충분.

실내세정제(올인원 다목적) : 1만4천원. < 이건 실내를 정상적으로 청소해본 사람은 사게 돼 있다.

실내용 극세사막타월3장 : 1만3천원. < 1~2장 정도가 필요한데, 내 포교대상들은 나한테서 포교의 첫번째 단계로 이걸 한 장 선물받는다.

충전식 무선청소기 : 4만원? 나는 2만3천원일때 샀다; < 이건 다들 그냥 실내청소를 안할려고 하더라.

유리세정제(틴팅필름사용가능한거) : 6천원. < 유리를 실내에서 닦아본 사람은 사게 돼 있다.

유리전용와플타월2 : 3천원*2장=6천원. < 타월 잘 접어서 관리하면 1장만 있어도 된다.

버킷(반투명) : 8천원. < 내가 준비했다. 내 반투명 버킷에서 고압수 포밍을 보고 포교용 세트로 실습하면 된다.

버킷손잡이 : 1천원. < 내가 미리 달아놨다.

그릿가드 : 6천원. < 내가 미리 깔아놨다.

워시보드 : 5천원. < 내가 미리 꽂아놨다.

압축분무기 : 5천원. < 내꺼에 넉넉히 담아서 뿌리는 거 보여주고 그대로 들고가서 니 차에 뿌리면 된다.

갈변제거/버그제거용 스프레이 소분통 : 2천원. < 내가 미리 다 소분해 넣어놨다.

계량컵 : 3천원. < 내가 미리 다 계량해서 1회분 담아놨으니 필요없다.

프리워시제 원액(알칼리성/갈변제거가능) : 1만4천원. < 내가 미리 다 소분해...

코니컬튜브소분통 2개(샴푸용/프리워시용) : 2천원. < 내가 미리 다 소분해...

버킷오거나이저 : 8천원. 난 이것도 두개 달았다; < 내가 미리 넣어놨다.

버킷뚜껑 : 5천원. < 내가 미리 덮어놨다.

휠클리너(철분제거제포함) : 1만~2만4천원. < 이건 세차장에서 하나 사라. 1회용이다.

휠브러시(이너림브러시) : 2천원~1만원. <내가 싸구려 하난 넣어놨다.

휠타이어브러시 : 6천원. < 내가 좋은거 하나 넣어놨다. 너무 편해서 나혼자 쓰기 아깝더라.

방수가방1 : 1만7천원. < 필요가 없지?

방수가방2 : 1만원. < 그치?

디테일링브러시(돈모) : 2~7천원. 3개 세트에 7천원짜리 구입하여 1개 포교, 1개 포교용장비, 1개 내가사용.

카샴푸(희석비 1:500~1:800) : 9천원~1만4천원. < 내가 미리 다 소분해...

양모워시패드(짧은털/스펀지내장) : 1만1천원. < 내가 쓰던 극세사 스펀지타입 넣어뒀다. ADK TEO님이 "세차장 처음 가면 매대에서 뭐 사야해요?"편에서 선입견 없이 집었던 바로 그 워시패드다.

미니워시패드(하부용 1+1) : 3천원. < 내가 미리 넣어뒀다.

드라잉타월(대형 단면) 2장. 각1만원 = 2만원. < 나한테서 포교의 세번째 단계로 한장은 받았을거다.

드라잉타월(소형 양면) 2장. 각5천원 = 1만원. < 있으면 편한데 왜 편한지 내가 쓰는걸 보고 알게 된다.

아담스 그래핀 디테일 스프레이 : 2만8천원. < 코팅스프레이랑 세트로 싸게파는 판매자가 가끔 등장한다.

버핑타월(40*40)2장. 각3천원 = 6천원. < 나한테서 포교의 두번째 단계로 한장은 받았을거다.

아담스 그래핀 세라믹 코팅 스프레이 : 4만2천원. < 디테일스프레이랑 세트로 싸게파는 판매자가 가끔 있다.

어플리케이터 : 1만원.(어플 2개, 그립 하나) < 내가 내 어플로 절약해서 내 약품 얇게 펴발라주고, 어플 250원짜리 하나 줄께.


...얼마로 변했게?

그래핀 스프레이 세트를 제외하면 3만3천원이다. (본격 33만원이 3만3천원으로 줄어드는 마술) 아참 유막제거하려면 감자 한 개 싸구려라도 좋으니 유막제거제는 있어야 한다. 유막이 아주 많거나 편하게 하려면 고가의 유막제거제를 준비하거나.


그러니까 나의 포교대상은 일단 타월 3종세트정도를 먼저 받게 되고, 디테일 세차에 관심을 보이게 되면 소정의 비용을 들여서 용품을 준비한 다음, 나와 함께 나란히 세차장에 가서 포교용 버킷을 받고,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자기 차에 가서 정성껏 하면 된다. 세차 끝나고 도구 대충 헹궈서 반납하면 끝. (나는 집에 와서 두세트를 정비해야 한다 ㄷㄷㄷ)

이래놓고 셀프세차가 할만하다 라고 느끼면 알아서 자기 세차용품 준비해서 세차하러 다니면 된다. 해보니 많이 힘들고 번거로워서 이거 영 아닌 것 같다 싶으면 그냥 자동세차기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퀵디테일러/3분세차(...)로 중간관리처럼 해 주고 코팅 얹어주면 감지덕지(구입/보유한 물품들을 그대로 계속 사용하면 된다). 코팅 얹어주는 것 마저도 귀찮으면 자동차 외장 관리의 길에서 멀어지게 되는거다.


CUCD에서 그랬다. "내차는 내가 관리한다". 세차는 차주가 직접 해야 한다. 그런데 절차는 복잡하고 비용은 많이 들고 유튜브에서 본 내용은 조금씩 다 달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디테일 세차를 포기하게 되더라. 셀프세차 초보의 유튜브를 꽤 많이 보고 분석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주변의 어른"들은 "그냥 세차"를 하는거고, 우리가 바라는 건 "디테일링"인데, 디테일링을 30분컷 1만원컷 뭐 이런 식으로 되도않는 금액과 시간으로 마무리하려면(불가능하거나) 상당한 생략과 숙달이 필요하고, 그걸 왜 그렇게 해도 되는지 다 알아야 한다.(일단 거품솔을 쓰는 순간부터 디테일링과는 거리가 좀 많이 아주 많이 멀어진다)  거품솔로 낑낑거리면서 중노동을 했는데 성과는 이상하게 자꾸 죽는 광택을 보고 씁쓸해하지만, 그래도 "직접 할 의욕이 있어보이는 사람"에게는 내가 포교를 시도한다. 

농담으로라도 "내 차도 좀 닦아줘" 라고 하는 사람은 그 순간부터 영원히 포교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내가 정성껏 세차를 해 줘도 관리 능력이 없어서 조만간 차가 개판 되거든. "능력이 없는게 아니고 바빠서 관리할 시간이 없는걸 어떡하냐"는 건 순수하게 핑계다. 일 많이 해서 돈 많이 벌면 뭐해. 차 관리할 시간조차 편성할 능력이 없다는 소린데, 그게 관리 능력 없는거지 뭐야. 돈 많이 벌어서 디테일링샵에 맡기시오.


셀프세차는 다들 비슷한 도구와 방법을 사용한다.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들은 50만원 100만원 도구 투자해서 멋진 결과물을 뽑아내는데, 너는 달랑 10만원도 들이지 않고 그런 결과물을 만나고 싶다고? 그럼 그 갭을 메꿀 수 있는 무언가의 노하우나 정성 뭐라도 있어야 할거아냐? 뭔 심뽀가 그래... 

하긴 유튜브에서 하도 자극적인 제목들(..."이렇게만 하세요", "이렇게만 하지마세요" 빨갛고 노란 제목들)을 써대며 자기들 수준을 스스로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뭐 올바른 노하우를 찾기도 그렇게 썩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틀린 것도 너무 많아서 지적할 엄두도 안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꾸 언급하는 ADK가 있지? 여기 TEO님은 충분한 이론이 밑에 깔려있고, 그걸 증명하는 듯한 단어의 선택, "물건을 파는 곳"임에도 자사 타사 물건을 공정하게 (+타사 물건이 그렇게 많은데 그걸 거의 다 접해본 듯한 관록) 보여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은 맨 마지막에 하는 멘트가 너무 마음에 와 닿았어.

 "세차와 디테일링이 여러분의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도록"

ㅈㄴ 건전하지 않냐?


하여간 세차와 디테일링이 즐거운 취미가 되려면 좀 덜 힘들어야 할텐데, 내가 그걸 위한 준비물이 뭐가 필요한지 적어놨으니, 이 모든걸 질러서 즐거운 취미 하나를 늘리면 좋겠다.

아니면 계속 자동세차 돌리고 우중충한 꼴로 돌아다니다가 때되면 광택집 가서 눈탱이 견적 맞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