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2일 수요일

어퍼쳐(Aperture)와 보정 - 5. 나만의 작품 세계

어퍼쳐와 보정 연재

오늘 할 이야기...

5. 나만의 작품 세계
 - 5.1. 프리셋 만들기

5. 나만의 작품 세계


지금까지 내가 써 왔던 서브타이틀 중에서 최고로 간지나는 타이틀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이, 알맹이는 시원찮을 것 같다..... -_-;;


사진 보정을 하다 보면, 언제나 똑같은 스타일로 하는 건 아니다.

어떤 풍경 사진은 선을 짱짱하게 살리는 게 멋있기도 하고, 
어떤 풍경 사진은 조금 채도를 떨어트려서 탁한 느낌, 맑은 느낌으로 연출하는 게 멋있기도 하다.

어떤 인물 사진은 인물과 배경이 적절히 분리돼 있어서 피부톤만 살짝 조절해도 되긴 하지만,
어떤 인물 사진은 인물 못지 않게 배경도 잘 살아있기를 바라며 인물도 배경도 색감도 선예도도 전부 살리고 싶다.

어떤 스냅 사진은 감성사진의 탈을 쓰게 할라꼬 뽀샤시 + 비네팅을 넣기도 하고
어떤 스냅 사진은 암만 봐도 막샷인데, 구석탱이에 재미있는 장면이 찍혀있어서 살리고 싶기도 하다.


이런 보정 작업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나만의 보정 스타일"이 생기는 것인데, 
"아티스트"라면 "완성 작품의 이미지"가 머리속에 이미 그려져 있고, 그 완성 이미지를 향해서 하나씩 둘씩 보정을 해 나가면 되겠지만...

나처럼 "CPU 달린 장난감 오타쿠"가 되면, 완성 이미지 그딴건 일년에 한두번 머리속에 떠오를까 말까 하고..
이런 보정도 조금, 저런 보정도 약간,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럴싸한 사진이 됐을 때 작업이 그냥 완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성 이미지를 생각하고 촬영한 뒤 어렵게 어렵게 보정을 마무리 한 첫 작품;;;
하루 종일 쪼물딱거렸다 ㅠㅜ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경과하고 다양한 사진을 보고 눈이 높아지고 보정툴 사용법에 익숙해 지면서 완성된 줄 알았던 사진에 다시 손을 대게 되는 것이다...


내 경우를 되짚어보면... (전에도 말하지만, 나는 사진 생활 1년 반도 안됐다... 아직 허접인 것이다;)

처음엔 노출만 조정하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전체 멀티 측광처럼 동작하는, 어퍼쳐의 auto 버튼에 크게 의존하는 식이었다. 나만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찍고 많이 보고 많이 보정하면서, 어느 부분을 기준으로 이만큼 노출을 조정하는 게 낫겠다... 하는 "취향"이 생겼고, 

취향이야말로 내 작품세계인 것이다.


그 다음에는 지나치게 진득한 펜탁스의 색감을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조정하기 위해서 새츄레이션을 약간 낮추고, 부족해진 색감을 바이브런시로 보충하는 색감 조절 작업에 손을 댔다.
펜탁스 카메라와 렌즈를 계속 쓸 내 입장에서는, 펜탁스 카메라와 펜탁스 렌즈에 맞춰서 보정을 하는 "버릇"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이만큼 조정하면 이런 색이 이렇게 조절되겠다"는 이 잡히기 시작하더라.

이 "버릇"도, 내가 펜탁스 장비를 사용하면서 어퍼쳐를 계속 사용하는 한, 내 "취향"이고, 곧 내 "작품세계"가 된다.


사진을 웹에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도 보고 하면서 느낀 또 한가지.

내 사진은 안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의 작품은 선예도가 기가 막히게 살아있는, 통칭 쨍한 사진들일까?
좀 뒤적여보니, 다들 샤픈류와 리사이즈 기법을 적절히 적용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복합적으로 다단 리사이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퍼쳐에서는 다단리사이징이 불가능하니 이 방법은 포기.
그래서 샤픈류와 리사이즈만으로 조합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니...
내 1450만화소의 K20D로 찍은 사진을 웹용 긴 방향 1024 픽셀 정도로 리사이즈 할 때 충분한 선예도를 확보하려면 그냥 엣지샤픈을 만빵으로 주면 되더라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선예도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사진에서는 그냥 엣지샤픈 만빵. 이것도 내 작품세계가 됐다.


역광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시꺼멓게 나오는 사진이 점점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또 "암부 디테일"에 눈을 뜨게 되고, 역시 시행착오 끝에, 쉐도우 슬라이더를 적절히 조절해서 부자연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암부 디테일을 끌어낼 수 있게 됐다. (해 보니 작업 자체는 쉽더라. 노이즈가 많아서 그렇지;;)
이 "적절히 조절하는 쉐도우 슬라이더"가 또 내 작품세계다.


지금은 색수차 보정도 그럭저럭 하고, CPL 없이 찍은 하늘 사진도 어찌어찌 작업하게 됐다.
이런저런 브러시도 제멋대로 휘둘러가며 요런저런 사진을 뽑아낼 수 있게 됐는데...

위에서 작업했던 내용들이 요렇게 조렇게 모여서 한 장의 사진을 완성해 가는 도중에...
"이런 스타일의 사진은 이렇게 이렇게 보정하면 멋있겠다" 하는 나만의 작품세계가 점점 완성돼 가는 것이다.

물론 내 작품세계는 아직 많이 멀었다. 
나도 내 취향을 아직 완전히 정하지 못했고...
나는 멋있는 사진인 듯 한데 남들은 그렇지 않다고 느낀다면, 내 안목에 뭔가 문제가 있거나, 남들의 안목에 문제가 있거나.... 내 작품세계가 공감을 얻기 힘들 만큼 독특하거나...? ^^;;
뭐 그런 이유로 내 작품세계를 계속 업그레이드 해 나가겠지. (가끔 옆그레이드도;;)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사진을 이렇게 보정하면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고, 그에 맞는 보정을 마무리 하기까지는 시간이 쫌 걸린다.

노출을 일정하게 올리고, 날아간 명부에서 색감을 어느 정도 복구하며, 명부의 디테일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엣지샤픈 만빵, 그에 따라 발생한 노이즈는 적절히 리덕션, 화면 전체 밝기를 약간 더 밝게, 그에 따라 밋밋해진 화면을 컨트라스트 살짝 증가로 회복, 인물의 피부톤을 투명한 느낌으로 하기 위해 새츄레이션과 바이브런시를 약간 줄이는...

이런 여러 가지 작업을 "이렇게 보정하면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상황이 된다면, "아티스트"라면 머리속에 완성 이미지가 떠오를 텐데, CPU 달린 장난감 오타쿠에게는 상상하기 힘드니까,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게 쉬운 방법이다.
특히 이 "전체 보정 미리 보기"의 기능이 어퍼쳐에는 아주 잘 구현이 돼 있어서, 잘 활용하면 손쉽게 자기 스타일로 보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어퍼쳐의 프리셋 미리보기

원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그 작업 내용을 프리셋으로 저장하면, 어퍼쳐는 해당 프리셋으로 마우스를 옮길 때마다, 거의 리얼타임으로 "이렇게 보정됩니다"를 보여준다.

거듭 말하지만, 아티스트는 완성 이미지가 머리속에 있으니 그 완성품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면 되지만, 아티스트가 아닌 사람은 완성 이미지가 머리속에 없으니,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하고 방황하다가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선택한 후, 쪼금씩 쪼금씩 세부 조정을 하는 편이 더 쉽다.
어퍼쳐는 이게 쉽게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가 뿐 아니라, 취미생활로 사진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크게 유용한 것이다.

이렇게 쉽게 보정하려면 뭐가 필요하다?
프리셋이 필요하다.

프리셋은 남의 프리셋을 가지고 와서 써먹어도 되지만, 간단한 것이라면 직접 만들어서 써도 된다.
아니, 나는 오히려, 직접 만들어서 쓰는 방법을 권장한다.
혹은, 남의 프리셋을 가지고 와서 내 취향대로 고쳐쓰는 방법도 재미있고 손쉬운 방법이다....


5.1 프리셋 만들기

먼저, 간단한 프리셋 몇 개를 만들어보자. 여기서 말하는 어퍼쳐 프리셋은, 보정용 프리셋이다.(어퍼쳐에는 다양한 세팅에서 프리셋을 적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익스포트 프리셋이다.)

프리셋을 저장하는 방법은 바로 전 연재분인 어퍼쳐(Aperture)와 보정 - 4. 다음이고의 어퍼쳐 워크 플로우 에서 4.8.1. 다음이고의 프리셋 적용 편을 다시 보시면 되겠다.

여기서는 그냥 내가 주로 사용하는 프리셋 몇 가지를 그대로 소개하겠다.

자신의 사진 취향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고, 적당히 고쳐서 사용하시라...


다음이고의 프리셋 2 컨트라스트 추가
Exposure : Auto
Enhance : Contrast : + 0.05 / Vibrancy : + 0.05
Edge Sharpen : Intensity : 1.0 / Edges : 1.0 (만빵)

어때, 간단하지?
RAW 사진을 전제로 했으므로, 노출은 자동으로 먼저 맞추고, 프리셋을 적용한 후 세부적으로 조정한다.
contrast를 약간 보강하고, 색감을 약간 풍부하게 해 준 후, 엣지샤픈으로 선예도를 조금 더 살려보는 선에서 간단하게 마무리 된다.


다음이고의 인물 프리셋
Noise Reduction : 기본값
Exposure : Auto
Enhance : Saturation : -0.05 / Vibrancy : -0.1
Edge Sharpen : 만빵

다음이고의 프리셋을 베이스로 해서(이쯤 되면 "다음이고의 프리셋"은 굳이 공개 안 해도 어떤 세팅인지 다들 아실 것 같다.), 투명한 피부톤을 위해서 새츄레이션과 바이브런시를 조금 낮추고, 엣지샤픈으로 생기는 노이즈때문에 노이즈 리덕션을 켜 줬다.


다음이고의 인물 프리셋 - 웨딩드레스 언더노출용
Noise Reduction : 기본값
Exposure : Exposure : + 1.5 / Brightness : + 0.12
Enhance : Contrast : + 0.1 / Saturation : -0.05 / Vibrancy : -0.1
Highlights & Shadows : Highlights : 10.0
Edge Sharpen : 만빵


요 앞에 프리셋 미리보기 스크린샷에 있는 바로 그 프리셋이다.
설명을 또 해야 할까? ㅋ


스타트레일
White Balance : 4800캘빈 틴트 -4 고정.
Exposure : Exposure : +1 / Black Point : 19.86
Enhance : Contrast : + 0.15

밤하늘의 별을 촬영할 때 써먹으려고 만든 프리셋.
왜 저런 세팅이 됐는지는 각자 고민해 보시라. 찍어 보니, 바디의 특성과 촬영 방법에 따라 큰 편차가 있을 수 있겠다.



다음이고의 아이퐁4 보정셋
요건 좀 성격이 묘한데...
어머니의 아이폰4로 촬영한 사진을 대신 보정해서 긴 방향 1024픽셀로 드릴 때 쓰려고 만들어 둔 프리셋이다.
왜 저런 세팅으로 했는지는 나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참고로 이 프리셋에는 불필요한 세팅 하나가 들어가 있으니, 알아서들 버그패치 하시길...



이모의 소니 똑딱이 보정셋
이것도 어머니의 아이폰4 보정셋처럼, 작은이모의 소니 똑딱이로 찍은 사진을 보정할 때 쓰려고 만들어 둔 프리셋이다.
펜탁스와 아이폰 색감에 익숙한 내 눈에는, 색감이 미친듯이 멍청하게 나와서 최소한의 기본 증폭을 먼저 설정해 두고 있다. 눈치 챈 분도 있겠지만, 베이스는 아이폰4 보정셋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필요에 따라 직접 만들어 둔 프리셋이다.


이제 남의 프리셋을 가져와서 내 취향대로 바꾼 프리셋을 보자.

베이스가 되는 프리셋은, Faded Kodak 이라고, 웹질 중에 발견한 무료 어퍼쳐 프리셋 모음 중에 들어있던 물건으로, 명확한 출처는 모르겠다;;;
원 출처는 모르겠고, 이쯤 되면 이게 정말 무료인지 여부도 확인이 안되니, 그냥 프리셋 데이터만 드랍박스 링크 달도록 하겠다. 그냥 누르면 십중팔구 엑스코드가 실행돼 버릴테니, 오른쪽 버튼 눌러서 따로 저장하도록.

하여간 Faded Kodak
이건 Faded Kodak 프리셋 알맹이다.
화면 전체에 파르스름한 막이 낀 것처럼 되고, 마치 노후된 인쇄물처럼 연출된다.

이 프리셋을 내 취향대로 조정한다.
여기서는, 노이즈 리덕션을 추가해 주고, 노출 Auto 버튼 쿡 누르고.... 끝이다.
(물론 몇 군데 버그패치는 해야겠지만;)

이렇게 개조한 프리셋을 따로 저장하길.... "다음이고의 인물 프리셋 2 based on Faded Kodak" 이라고 간지나게 적어준다.

이게 다야 진짜;;



이렇게 나만의 프리셋을 만들어 놓으면, 어떤 사진을 찍건, 이 프리셋만 적용해 주면 나만의 스타일로 적용되고, 이게 곧 내가 보정한 내 작품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내 프리셋 자체가 이미 디지털 작품이 된다.

"D 모 작가의 작품은 노출이 다소 오버되는 경향이 있지."

"D 모 작가의 프리셋은 노출이 다소 높게 설정돼 있지."

이 두 이야기는, 프리셋이라는 디지털 작품(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똑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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