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0일 일요일

그리고 짝퉁 레더맨

그렇게 결국 레더맨도 사고 이것저것 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 기능이 너무 많은 멀티툴인지라 어떻게 쓰면 좀 더 활용도가 좋을지 유튜브 보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다가 또 나를 혹하게 만든 짝퉁 레더맨을 발견했다.


이런 중국산 짝퉁들의 공통점을 보면,

매번 브랜드가 바뀌고, 브랜드와 무관한 박스에 담겨있고, 대체 어디서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런 물건이더라는 것이다.

이걸 처음 접한 유튜브 영상에는 Mossy Oak 브랜드로 돼 있었는데, 어느 순간 Xiaomi 브랜드도 달았었고, 이젠 그냥 브랜드도 없이 "한놈만 걸려라" 식으로 팔고 있더라. 그래서 "정확히 이 물건"을 검색해서 찾아내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짝퉁의 시나리오답게, 매번 볼 때마다 구성이 어딘가 조금씩 다른 것이, 언뜻 보면 "어? 개선판인가?" 하는 착각을 하게끔 만들었다.(개선판이겠어? 미친듯이 찍어내서 금형 망가졌으니까 새로 금형 만들면서 구분되게 만들었겠지)


이번에 구입한 짝퉁은 본품+연장비트세트+전용쉬쓰 합쳐서 완전무지박스에 담겨왔는데, 최하가가 14달러정도, 비트세트 없는 구성은 10달러 아래더라. ㅇㄹㅇㅅㅍㄹㅅ에서 HRC78K(칼날경도)로 검색하면 나오는 멀티툴이다.

언뜻 멀리서 보면 레더맨 웨이브인줄 알았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게 레더맨 시그널인 것 같다가도, 레더맨 써지 비스므리한 가위에, 툴 구성은 레더맨 Free P4와 비슷하며, 아쉬웠던 플라이어의 스프링액션은 살려줬고, 싸구려 아닌 척 와이어커터가 교체식인데(뭐랑 호환되는지 모름;;), 써레이션 나이프는 과감하게 생략(써본 사람만 아는 써레이션 나이프의 유용함-_-;;;)해버렸다.

방금 제품소개 전부 다 했다.

레더맨 차지(Charge)도 아니고 써지(Surge)도 아니고 이건 거지쯤 되려나;;;


...조금 구체적으로 덧붙이자면....

내구성 그런건 만원짜리에 큰 기대를 하면 안될 것이며(그래도 수도꼭지가 먼저 부러지지 플라이어가 먼저 부러지지는 않더라. 상식적인 강도인 것 같다)
칼날은 뭐 나름 예리하게 출고하려고 애쓴 것 같은데 HRC78K라고 써있는 재질은 진짜인지 믿기 어렵고, 큰 자동차용품 블리스터 포장 몇개 개봉했더니 날이 주저앉아서 연마해서 써야 하고(뭐 이래 ㅠㅜ)
처음 구입했을 때부터 서브툴 고정 보조하는 통와셔가 아주 정밀해서(....하아=3) 흔들면 달그락 소리를 내고 있었고, 분해해서 다시 조립해도 근본적으로 통와셔와 프레임이 아주 정밀해서(ㅆㅂ...) 그냥 엄청 공차가 컸다. 역시 중국산. 
폴딩하고 펼치고 할 때의 철커덕거림도 뭔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정교함은 전혀 없고, 뒤틀면 뒤틀리는대로 통째로 흔들린다. 플라이어 이나 잘 맞으면 됐지 뭐;; 
전용쉬쓰는 비트세트포켓이 마련돼있고(록슨 S801s의 쉬쓰처럼 안쪽에 있지 않고 바깥쪽에 있어 꺼내긴 편하다. 꺼낼 일이 없어서 그렇지;;), 몰리시스템이 아니라서 세상 쓰기 애매하닼ㅋ. 
벨트클립 왜 안달아주는뎈ㅋㅋㅋ

겁없이 하드하게 사용하려고 하면 반드시 어딘가 부서질 것 같은 물건인지라, "부서지면 또 사지(딴거사)" 라는 마인드로 접근해야지, "부서지면 어디서 수리하지"라는 마인드는 갖다버려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았더니 몹쓸짓을 하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나 말고는 다들 브랜드 멀티툴들을 쓰고 있는데(레더맨이 대부분이고 가끔 거버), 이 메이커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짝퉁 레더맨"(이하 "래자만 거지")이 근처에 대충 던져져있으면 어떤게 윙맨이고 사이드킥인지, 이건 누구 써지인지 챠지인지 언뜻 구분이 안됐다. 그래서 세계평화를 위해 2만원도 안되는 내 래자만 거지를 눈에 확 띄게 하기로 했다.


언뜻 보고 마음에 들었던 패턴은 레더맨 시그널 아쿠아 모델이다. 이건 이거대로 하츠네미쿠 에디션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컬러링인데(시그널 컬러모델들은 노리고 만든 것 같은 배색이 있다. 건담 에디션, 샤아 에디션...) 혹시 누가 똑같은 걸 갖고 다니면 또 구분 안될 것 같아서 그거랑은 좀 다른 배색으로 해보기로 했다. 그래. 래자만 거지 하츠네미쿠 에디션이다.


귀찮으니 마스킹 그딴거 필요없고 대충 분해해서 부품 우르르 쏟아놓고 기아 레이용 아쿠아민트 우레탄 카페인트를 마구 뿌리고 히팅건으로 달궈서 빠른거래건조 끝.(와 도장이 한 줄로 끝났네)




다시 조립. 

이 과정에서 중국산의 놀라운 정밀도(양쪽 핸들이 똑같은 파트인데 폭이 다름;;;)에 다시 또 감탄을 금치 못함. 놀라운 QC에도 떡실신됨(거기 왜 와셔가 두장이 겹쳐있;;; 여긴 왜 와셔 없;;;)

별다른 준비 없이 분해하고 조립했더니 기껏 페인팅해 놓은게 여기저기 조금씩 긁힘. 뭐 어차피 쓰다 보면 긁힐테니까 별로 신경안씀. 

좋은점?은 이 과정에서 내 입맛대로 툴의 위치를 재배치할 수 있고(가위는 스프링때문에 방향이 정해져있다), 처음 출고시의 거지같은 철커덕거림을 내 입맛에 맞는 철커덕거림으로 교정할 수 있었다는 거다. 특히 와셔 배치가 골때리게 돼 있어서 어떤건 옮기고 어떤건 뒤집고 뭐 다양하게 손댔다. 내꺼만 이 꼬라지였을까? 하여간 지금의 세팅은 그나마 정품 레더맨하고 많이 비슷한 느낌이 됐다. 

멀티툴오일? 왜이래. 이런 싸구려는 손에 기름 안 묻히고 쓰는거야. 대충 쓰다가 뻗뻗해지면 대충 고압에어로 쏘고, 정 안 움직이면 왔따사공(WD-40)이나 한번 뿌려주는거지. 님들아 이거 만원짜리야.



원래 검은색으로 돼 있는 서브툴잠금스위치에 뿌려진 페인트를 까내고 검은색이 나올 때까지 긁어낸다. 긁어내는 도구로는 레더맨 스쿼트의 일자드라이버(라고 써 있고 프라이 바 스크레이퍼 겸용)로 살살살살 긁어냈다. 


칼날에 레이저 각인을 하고 싶어졌다.

이 레이저 각인 할 도안을 선택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는데, 사실은 도안을 먼저 선택하고 수많은 페인트 중에 레이용 아쿠아민트를 고른거다. 다이하츠 무브 캔버스의 하츠네미쿠 콜라보레이션 이미지로 결정했다.

출처 : https://www.dbsc.co.jp/lp/images/miku/collabo/series_logo_pc.png

뭐 다른 멋있는 이미지도 많겠지만, 그냥 이 사이즈와 레이아웃이 마음에 들었다.

각인할 생각을 해 보니 꽤 여러곳에 각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레이저 각인기를 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래서 일단 레이저 업체에 맡기는 일은 보류. 현재는 팔자에도 없는 레이저 각인기를 검토중이다;


어쨌든 번들 쉬쓰에 집어넣고 허리벨트에 쉬쓰를 관통하여 왼쪽바지주머니 앞에 달아놨다.



실용성 평가

 - 내구성이 취약하다는 대전제를 깔고 가서, 헤비듀티한 용도로는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 한동안 일부러 샤오미 멀티펑션 안 꺼내고 이것만 써보려고 애썼다.
 - 어쨌거나 가성비는 울트라탑클래스다.(님들아 이거 만원짜리라니까?)
 - 아래 언급되지 않은건 제대로 사용해 본 적 없단 뜻이다.


플라이어

 - 스프링액션인데, 생각보다 크게 벌어진다.
 - 노후된 뻑뻑한 금속제 수도꼭지를 비틀어 돌렸더니 수도꼭지가 부러지더라. 아주 약하진 않나보다.
 - 사이즈를 알 수 없는 낯선 너트를 붙잡고 돌릴 때 주로 사용한다.
 - E링 끼워넣을 때에도 사용한다.
 - 끝부분이 꽤 좁아서 크림퍼 대신 압착단자 찝을 때 사용한다.
 - 토치로 도구나 부품을 뜨겁게 달궈야 할 때 플라이어로 잡는다.


나이프

 - 플라스틱 패키지 몇 번 그엇더니 생각보다 날이 시원찮아져서 샤프닝 해두고 안쓴다.
 - 특정 제품에 꽂힌 플라스틱 C링 제거할 때 쓴다.


가위

 - 이 급에서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 가위이고 잘 들긴 한다.
 - 한쪽 끝이 뭉툭한 형상이라 에어캡 제단할 때 잘 안 걸려서 쓸모가 있을 줄 알았는데 크기가 작아서 가위질을 한참 해야 하더라. 샤오미 멀티펑션의 가위가 너무 탁월해서 안 쓰게 된다.
 - 케이블 타이 끊을 때 쓴다. 작업용 NBR 코팅장갑을 끼고 하면 손가락도 안 아프다.


 - 톱날 등쪽으로 다들 파이어스틸을 긁는게 떠올랐다. 가공작업한 플라스틱 케이스 긁어내서 마감작업한다.


캔따개

 - 다 쓴 부탄가스통 천공할 때 쓴다.


허세

 - 주머니에서 컴팩트한 샤오미 멀티펑션 꺼낼 땐 사람들의 반응이 "오 신기한 거 쓰네" 정도였는데
 - 이 커다란 걸 도색까지 해서 철커덕거리면서 꺼낼 땐 반응이 "오! 신기한 거 쓰네!" 정도다.
 - 크기가 꽤 크니까 이게 만원짜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안한다;;;



결론.

가성비는 울트라탑클래스이나, 내 업무용으로는 샤오미 넥스툴 멀티펑션만한게 없다.

뭐 그냥 그렇다고.



아무도 이 물건을 리뷰하지 않아서 영상 하나 찍었다.


댓글 8개:

  1. 잘 보고 갑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지금은 가격이 살짝 올랐네요. 약 2~3만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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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다시 찾아보니 평균가격이 살짝 오르긴 헀군요.
      톱과 파일이 없는 플라스틱 그립 버전도 나왔고, 플라이어 없이 싱글그립버전도 나왔고 뭐 이거 변종도 다양하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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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이 감성을 누가 알까요... 3만원에 사 버렸습니다. 딱봐도 중국산을 알리에서 떼 와서 아마존으로 파는 모양인데 워터네스트? 라는 브랜드가 붙어 있네요. 후기를 보아하니 전반적으로 호평을 하고 있어서(그마저도 가성비를 칭송하는게 대부분입니다. 할인해서 20달러라 혜자라네요) 걍 싼맛에 구매했고 이제 비행기를 탔네요.

    알리를 보아하니 단품은 만오천 내외인듯 하고 비트를 추가하거나 하면 3만이하로 올라가는데, 신기하게도 이건 와이어커터를 추가로 한쌍 더 줘서 마구마구 잘라보고 평가할 예정입니다 ㅎㅎ

    전반적으로 둘러보면 440이라는 재질이라는 페이지, 450(???)이라는 정체불병의 스뎅이라는 판매자 등등 넘쳐나지만 솔직히 그냥 420도 못한 싸구려 하나 잘라서 만들었겠죠. 열처리는 개뿔 잘라내는 기계에 들어가는 돈도 아까워할 애들인데.

    그래서... 레더맨 웨이브 쓰는 사람들이 가끔 하는 상위제품+상위강재의 블레이드만 따로 사서 교체하는 걸 시도해볼까 합니다만(사실 이러면 본체가격 3만에 칼날가격 5만정도 해서 사실상 레더맨 정품이랑 차이가 안나는 ㅋㅋㅋㅋ) 어때보이신가요? 웨이브쪽 크기의 블레이드가 호환이 되기나 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근 1년 지난 지금 어떻게 결말이 났을지 궁금해서 댓 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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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칼날이 언뜻 보니 뭐랑 호환될 듯 하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은 피했습니다 ㅎㅎ
      메인블레이드는 열처리를 하긴 한 것 같아요. 연마가 잘 안되더라구요. 그냥 부담없이 대충 사용하고, 생각날 때마다 연마해서 사용중입니다. 어디 안 망가지고 잘 쓰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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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장 안나고 잘 버텨주고 있다니 역시 아무리 중국산이래도 금속은 금속이라는 거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

      아무리봐도 레더맨에서 강하게 모티브를 따 와서 만들어진 제품 같은데 원본(??)을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참으로 해괴하게 생각한 녀석입니다.
      그렇다고 간조나 산렌무같이 브랜드 이름 붙여서 파는 녀석이라기엔 브랜드 각인도 없는 녀석이라 참으로 이상하죠. 브랜드 찍어내서 홍보용으로 쓰이는 보조배터리같은 녀석인가? 하기에는 또 그걸 찍을만한 외부 면적이 없고요.

      각설하고,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진 몰라도 레더맨식 풀사이즈 멀티툴에 지름신이 와 버려가지고 끙끙 앓다가 십몇만원짜리 지르기엔 좀 부담스럽고 지금 일터에도 맞지 않는 공구라 대체품으로 싼맛에 선택한 녀석인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피젯스피너가 키덜트의 장난감이듯 뭔가 그 매카니컬한 느낌 하나 맛보고 짬날때 철커덕거릴 용도로 샀습니다. 남자들이 그렇죠 뭐. 뭐든지 다 할 수 있지만 뭐든지 애매하게 잘하는 멀티툴이라니까요.
      그냥 사두고 한참 들고다니다가 한번 칼 써보고 한번 가위로 실밥 자르고 하면 돈값은 했다 하려 합니다.

      이 제품 후기를 겨우 찾아서 들뜬마음에 길게 댓글도 달아보고 했네요
      아무튼 잘 봤습니다 꾸벅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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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포스팅 잘 봤습니다.
    혹시 분해하실 때 어려움 없으셨는지요. 분해하려고 보니 별비트만 닳고 나사가 꿈쩍을 안하더라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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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혹시 분해할 때 쓰신 별렌치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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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분해할 때의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회사 서랍안에 갖고있던 싸구려 렌치세트에서 하나씩 끼워보고 잘 맞는 것으로 했기때문에 사이즈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한쪽은 볼트, 한쪽은 샤프트너트로 돼 있을텐데, 샤프트너트에 홈가공이 돼 있다면 회전하지 않을 겁니다. 밖에서 보면 똑같이 생겼고, 조립 정밀도가 들쭉날쭉한 것 같으니, 그냥 반대쪽에서 풀어보세요. 반대쪽은 볼트일겁니다.
      꽉 잠겨서 양쪽 다 풀리지 않는 것 같다면, 맞는 사이즈의 렌치를 끼워넣고 망치로 한대 콩 때려주고 풀어보세요. 나사산의 마찰력이 줄어들어 좀 쉽게 풀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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