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용어를 사용합시다!
"표준어"란 무엇인가? 초등학교때 배운 기억을(아참 나는 국민학교) 더듬어보면 "수도지방에서 좀 안다 싶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용하는 말"이라고 했던가? 뭐 대충 비슷한 뜻이다.
그럼 내가 여기서 왜 입아프게 "표준" 용어라는 것에 대해서 떠들려고 할까? 당연히 "표준"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용어라는 것들이 외래어이고, 이 외래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준이 붕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첫번째는 외래어의 정확하지 않은 발음을 옮기는 것.
대표적인 녀석이 windows이다. 이녀석은 window의 복수형으로 s가 붙어서, "창이 여러개 떠서 여러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의미를 부여한 이름인데, 우리말로 적어보자면 "윈도우즈"가 가장 비슷한 이름이다. 이게 1995년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표준을 정할 때 "윈도즈"라는 이름으로 결정했단다. 아무도 "윈도즈"라는 이름을 따라가지 않고 "윈도우즈"를 따라가서 윈도우즈가 되었다. 지금은 당연히 윈도우즈라고 하지만 1995년에 많은 컴 관련 지식인들이 들고 일어났었다. 외래어라고 마음대로 옮기면 되냐? 무식한 정부야!
그래, 외래어니까 대충 적는다고 치자. 어차피 우리 말도 아니고 외국에서 온 말이니까 그리 말하면 사실 반박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요즘 지하철 광고에서도 보이듯이, "외국 가서 물 달라고 '워터' 하면 못알아듣고 '워러' 비슷하게 굴려야 물 줍니다" 라는게 현실이다. 지금 편하자고 적당한 용어로 공부해두면, 나중에 우리 후세 사람들은 집에서 공부하고 나간 용어가, 한낱 외래어에 불과한 단어가, 발음부터 달라서 알아듣지도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의미가 전.혀. 다른 용어를 혼돈해서 사용하는 것.
이건 CMOS라는 녀석으로 볼 수 있다. 흔히 "씨모스 들어가서.... 왼쪽에서 두번째 어쩌고 저쩌고..." 라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그건 씨모스가 아니다. 예전에는 CMOS라는 반도체를 사용해서 거기에 BIOS의 내용을 담았다. 위의 문장은 "바이오스 설정 들어가서.... 어쩌고 저쩌고..." 라는 식으로 바뀌어야 옳다. 그래, 문맥상 바이오스 들어가라는 뜻인지는 알겠지만, 말하는 쪽도, 배우려고 듣는 쪽도 "바이오스=씨모스=바이오스" 라는 이상한 공식을 머리에 담게 된다. 이건 아니다.
바이오스는 씨모스에 담겼지만, 요즘은 바이오스 업그레이드 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FlashROM / EEPROM에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의 다른 반도체도 많이 나오고 있다. 결국 바이오스는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이고, 씨모스와 플래쉬롬, 이이피롬은 반도체(하드웨어)로 구분이 된다. 출발부터가 다른 녀석들이 완전히 다른 것이 된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마 위의 문장에서 말한 "씨모스"는 그 컴퓨터에 없을걸? 아주 오래된 486, 펜티엄이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 이이피롬을 사용하니까.
세번째는 일본에서 넘어온 잘못된 발음을 옮기는 것.
486 컴퓨터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PC로 알려지던 그때, 언제냐.... 1994년인가? 하여간 C모양이 S사의 G모 컴퓨터를 광고할 때 자랑스럽게 말했다.
"스카시니까 빠르죠."
에라, 뭘 숨기랴. Cㅐ시라가 광고한 Sㅏㅁ성의 G린 컴퓨터였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특히 용산에서 한컴퓨터 한다는 사람들이 "스카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거 일본에서 온 말이다. 일본 가면 "스카시"라는 용어는 통한다. 세계로 가면 절대 안통한다. "스커지"나 "스쿠지"라고 하면 통한다.
도대체 SCSI라는 말의 어디에서 어떻게 "스카시"라는 발음이 나오나? 뭐? 대충 읽으려고 애쓰니까 그렇게 읽어진다고? 그게 90년대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외래어 읽는 방법이다. "에스씨에스아이" 라고 말하면 길어지니까 그냥 멋잇는 척 "스카시" 하고 읽어버린다.
필자도 처음에는 생각없이 "스카시"라고 했다가, 어느날 건담 F91이라는 에니메이션 보는 도중 VSBR 이라는 무기를 "붸스바-" 라고 읽는걸 보고(이건 쓰기도 어렵다. "뷁" 쓰는 기분이네 --;) 깨달았다. "아항, 저런 식으로 읽으면 말이 멋있는 척 짧아지는구만. 멋없네. 난 저러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중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스카시"가 아니고 "스커지"나 "스쿠지"가 맞는 발음이란다. 한때 스커지의 용어 표준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싸웠고, 한창 PC 통신이 활발할 때에 자주 게시판에 언급되기도 했었다.
또하나는 "모바일"이다. 이건 mobile을 읽은 건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외국에서는 "모우빌" 또는 "모우블"이라고 부르는걸 강세만 뒤로 옮겨서 읽은건데, 발음하는 도중에 애써 강세를 뒤로 옮겨서 "모바일" 하고 귀차니즘을 멀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 이건 용어가 아니고 그냥 평범한 단어를 일본에서 좀 멋있는척 발음하려고 애쓴거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일본에서 건너온 말을 한국에서 고스란히 따라하면서 mobile이라는 원문을 무시하고 モバイル(모바이루)라는 일본어만 살아남게 된 경우다. 우리말로 옮겨적자면 "모빌"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만일 mobile을 모바일이라고 읽어야 한다면, 노트북용 그래픽 칩인 ATI의 Mobility-M은 "모바일리티 엠" 이라고 읽어야 하게? "모빌러티 엠"이 맞겠지.... --;
네번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못된 용어를 열심히 아는척 하는 것.
그사람이 컴퓨터를 좀 잘 다루고 잘 안단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이것저것 잘 대답해 주고 그런단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용어들은 완.전.히. 관계가 없는 말들이었다.... 라는 경우일까나?
Path를 "배취"라고 읽는 사람을 봤다. NTFS라고 말해줘도 NTSF라고 말하는 사람도 봤다. 모든 LCD가 전부 TFT인줄 아는 사람도 있다. STN도 있고, DSTN도 있고, PDP도 있고, HPA도 있는데... 아, 컴좀 잘 한다 싶은 사람인데, ATAPI를 "아타피"라고 부르는 황당한 경우도 봤다. 나 태어나서 ATAPI를 "아타피"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사람 한명밖에 못봤어... --; E-IDE하고 IDE의 차이를 LBA하고 헷갈리는 사람도 봤고, 삼성 노트북 판매 직원중에서 서스펜드하고 서라운드를 구분못하는 얼간이를 보기도 했다. "이 노트북, 서스펜드는 잘 되나요?" 하고 물으니까 "(잠시 멈칫, 생각좀 하다가)저희 제품은 이렇게 스테레오 스피커가 있구요, 음질이 어쩌고 저쩌고..." 황당.
다섯번째는..... 안타깝게도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가 그렇게 당연한 듯이 써왔던 말들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하에서 상당히 긴 시간을 지냈고, 그 이후에도 가깝고도 먼 일본과 교류하면서 일본 기술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떠들고 있는 필자도 사실 일본 기술을 많이 접했다.) 그러면서 생활속에서 당연한 듯이 머물게 된 말들이 컴퓨터 용어로 고스란히 쓰이는 경우...
대표적인 놈이 "밧데리"다. "배러리"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배터리" 정도로만 해 줬으면. "밧데리"는 좀 낫다. "빳떼리"나 "약"까지 가면 정말 포기다. 노트북이 손목시계냐? "약 다됐어"
"어댑터" 대신 "아답타" 라든가, "텔레비전" 대신 "테레비" 라든가, "클리너" 대신 "크리너" 라든가, "리코더" 대신 "레코더"라든가, 이런건 아주 자연스럽게 굳어져버린 것들이라 정말 고쳐나가기 힘들다. 필자도 아직까지 "레코더"라는, 잘못된 발음을 하고 있는데, 너무 오랜 세월 해온 말이라 선뜻 고쳐지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퀴즈.
필자는 왜 이렇게 열심히 "표준 용어"를 사용하자고 애쓰고 있을까요? 정답자에게는 사랑의 스팸메일을.(헉--;)
인터넷 어디를 뒤지면서도, 표준용어가 아닌걸 표준인줄 알고 착각하고 잘못 적어서 게시물 올리는 사람들 때문에 멀쩡한 자료도 제대로 못찾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ㅠ_ㅜ 정말 험난한 여정이다.
SCSI 하나 찾자고 모 게시판에서 검색해 봤는데 도통 안나온다. "스커지"로 검색해도 전멸. 나중에 수작업으로 찾아서 보니까, SISC라고 써 놓은 사람도 있고, "스카시"로 써 놓은 사람은 태반이고, 간혹 S.C.S.I. 라고 적은 사람도 있었다.(그거 점 찍기 귀찮지도 않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답변을 달거나 하는 행위는 모두 "정보의 공유"를 위해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 올린 이와 답변 다는 이 두사람만 알면 된다면 그냥 메일로 주고 받아도 된다. 하지만 게시판에서 모두가 다 볼 수 있게 된다면 게시판을 통해서 공유되는 정보는 쌓여가고, 적어도 똑같은 문제를 또다시 질문하고, 똑같이 답변하고..... 무의미한 반복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려고 게시판 만들었는데, 똑같은 중복된 내용이 100개정도.... 정말이지 미친다.
"정보"란, "너와 내가 같은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둘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것은 두사람간의 공유된 정보이고, 만일 두 사람이 어긋나거나 상반된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 정보는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너"와 "나"의 사이를 연결해 주는 가장 간단한 것은 뭔가? ("뇌파"라고 말한 당신은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입니다. 10년 후에 재도전해주세요.) 바로 말과 글이다.
바른 말과 글을 사용해서 정보를 차곡차곡 공유해 나가면서, 정보화 사회가 건실하게 이룩되고, 나아가 우리들, 또는 우리 자식과 또 그 자식들에게 "강한 정보 대국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게 애쓰는게, 아직은 약소한 국가적인 실정에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최고는 아니라도 최고를 향해서 최선을 다해보자.
그럼 내가 여기서 왜 입아프게 "표준" 용어라는 것에 대해서 떠들려고 할까? 당연히 "표준"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용어라는 것들이 외래어이고, 이 외래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준이 붕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첫번째는 외래어의 정확하지 않은 발음을 옮기는 것.
대표적인 녀석이 windows이다. 이녀석은 window의 복수형으로 s가 붙어서, "창이 여러개 떠서 여러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의미를 부여한 이름인데, 우리말로 적어보자면 "윈도우즈"가 가장 비슷한 이름이다. 이게 1995년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표준을 정할 때 "윈도즈"라는 이름으로 결정했단다. 아무도 "윈도즈"라는 이름을 따라가지 않고 "윈도우즈"를 따라가서 윈도우즈가 되었다. 지금은 당연히 윈도우즈라고 하지만 1995년에 많은 컴 관련 지식인들이 들고 일어났었다. 외래어라고 마음대로 옮기면 되냐? 무식한 정부야!
그래, 외래어니까 대충 적는다고 치자. 어차피 우리 말도 아니고 외국에서 온 말이니까 그리 말하면 사실 반박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요즘 지하철 광고에서도 보이듯이, "외국 가서 물 달라고 '워터' 하면 못알아듣고 '워러' 비슷하게 굴려야 물 줍니다" 라는게 현실이다. 지금 편하자고 적당한 용어로 공부해두면, 나중에 우리 후세 사람들은 집에서 공부하고 나간 용어가, 한낱 외래어에 불과한 단어가, 발음부터 달라서 알아듣지도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의미가 전.혀. 다른 용어를 혼돈해서 사용하는 것.
이건 CMOS라는 녀석으로 볼 수 있다. 흔히 "씨모스 들어가서.... 왼쪽에서 두번째 어쩌고 저쩌고..." 라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그건 씨모스가 아니다. 예전에는 CMOS라는 반도체를 사용해서 거기에 BIOS의 내용을 담았다. 위의 문장은 "바이오스 설정 들어가서.... 어쩌고 저쩌고..." 라는 식으로 바뀌어야 옳다. 그래, 문맥상 바이오스 들어가라는 뜻인지는 알겠지만, 말하는 쪽도, 배우려고 듣는 쪽도 "바이오스=씨모스=바이오스" 라는 이상한 공식을 머리에 담게 된다. 이건 아니다.
바이오스는 씨모스에 담겼지만, 요즘은 바이오스 업그레이드 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FlashROM / EEPROM에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의 다른 반도체도 많이 나오고 있다. 결국 바이오스는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이고, 씨모스와 플래쉬롬, 이이피롬은 반도체(하드웨어)로 구분이 된다. 출발부터가 다른 녀석들이 완전히 다른 것이 된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마 위의 문장에서 말한 "씨모스"는 그 컴퓨터에 없을걸? 아주 오래된 486, 펜티엄이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 이이피롬을 사용하니까.
세번째는 일본에서 넘어온 잘못된 발음을 옮기는 것.
486 컴퓨터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PC로 알려지던 그때, 언제냐.... 1994년인가? 하여간 C모양이 S사의 G모 컴퓨터를 광고할 때 자랑스럽게 말했다.
"스카시니까 빠르죠."
에라, 뭘 숨기랴. Cㅐ시라가 광고한 Sㅏㅁ성의 G린 컴퓨터였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특히 용산에서 한컴퓨터 한다는 사람들이 "스카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거 일본에서 온 말이다. 일본 가면 "스카시"라는 용어는 통한다. 세계로 가면 절대 안통한다. "스커지"나 "스쿠지"라고 하면 통한다.
도대체 SCSI라는 말의 어디에서 어떻게 "스카시"라는 발음이 나오나? 뭐? 대충 읽으려고 애쓰니까 그렇게 읽어진다고? 그게 90년대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외래어 읽는 방법이다. "에스씨에스아이" 라고 말하면 길어지니까 그냥 멋잇는 척 "스카시" 하고 읽어버린다.
필자도 처음에는 생각없이 "스카시"라고 했다가, 어느날 건담 F91이라는 에니메이션 보는 도중 VSBR 이라는 무기를 "붸스바-" 라고 읽는걸 보고(이건 쓰기도 어렵다. "뷁" 쓰는 기분이네 --;) 깨달았다. "아항, 저런 식으로 읽으면 말이 멋있는 척 짧아지는구만. 멋없네. 난 저러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중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스카시"가 아니고 "스커지"나 "스쿠지"가 맞는 발음이란다. 한때 스커지의 용어 표준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싸웠고, 한창 PC 통신이 활발할 때에 자주 게시판에 언급되기도 했었다.
또하나는 "모바일"이다. 이건 mobile을 읽은 건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외국에서는 "모우빌" 또는 "모우블"이라고 부르는걸 강세만 뒤로 옮겨서 읽은건데, 발음하는 도중에 애써 강세를 뒤로 옮겨서 "모바일" 하고 귀차니즘을 멀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 이건 용어가 아니고 그냥 평범한 단어를 일본에서 좀 멋있는척 발음하려고 애쓴거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일본에서 건너온 말을 한국에서 고스란히 따라하면서 mobile이라는 원문을 무시하고 モバイル(모바이루)라는 일본어만 살아남게 된 경우다. 우리말로 옮겨적자면 "모빌"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만일 mobile을 모바일이라고 읽어야 한다면, 노트북용 그래픽 칩인 ATI의 Mobility-M은 "모바일리티 엠" 이라고 읽어야 하게? "모빌러티 엠"이 맞겠지.... --;
네번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못된 용어를 열심히 아는척 하는 것.
그사람이 컴퓨터를 좀 잘 다루고 잘 안단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이것저것 잘 대답해 주고 그런단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용어들은 완.전.히. 관계가 없는 말들이었다.... 라는 경우일까나?
Path를 "배취"라고 읽는 사람을 봤다. NTFS라고 말해줘도 NTSF라고 말하는 사람도 봤다. 모든 LCD가 전부 TFT인줄 아는 사람도 있다. STN도 있고, DSTN도 있고, PDP도 있고, HPA도 있는데... 아, 컴좀 잘 한다 싶은 사람인데, ATAPI를 "아타피"라고 부르는 황당한 경우도 봤다. 나 태어나서 ATAPI를 "아타피"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사람 한명밖에 못봤어... --; E-IDE하고 IDE의 차이를 LBA하고 헷갈리는 사람도 봤고, 삼성 노트북 판매 직원중에서 서스펜드하고 서라운드를 구분못하는 얼간이를 보기도 했다. "이 노트북, 서스펜드는 잘 되나요?" 하고 물으니까 "(잠시 멈칫, 생각좀 하다가)저희 제품은 이렇게 스테레오 스피커가 있구요, 음질이 어쩌고 저쩌고..." 황당.
다섯번째는..... 안타깝게도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가 그렇게 당연한 듯이 써왔던 말들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하에서 상당히 긴 시간을 지냈고, 그 이후에도 가깝고도 먼 일본과 교류하면서 일본 기술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떠들고 있는 필자도 사실 일본 기술을 많이 접했다.) 그러면서 생활속에서 당연한 듯이 머물게 된 말들이 컴퓨터 용어로 고스란히 쓰이는 경우...
대표적인 놈이 "밧데리"다. "배러리"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배터리" 정도로만 해 줬으면. "밧데리"는 좀 낫다. "빳떼리"나 "약"까지 가면 정말 포기다. 노트북이 손목시계냐? "약 다됐어"
"어댑터" 대신 "아답타" 라든가, "텔레비전" 대신 "테레비" 라든가, "클리너" 대신 "크리너" 라든가, "리코더" 대신 "레코더"라든가, 이런건 아주 자연스럽게 굳어져버린 것들이라 정말 고쳐나가기 힘들다. 필자도 아직까지 "레코더"라는, 잘못된 발음을 하고 있는데, 너무 오랜 세월 해온 말이라 선뜻 고쳐지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퀴즈.
필자는 왜 이렇게 열심히 "표준 용어"를 사용하자고 애쓰고 있을까요? 정답자에게는 사랑의 스팸메일을.(헉--;)
인터넷 어디를 뒤지면서도, 표준용어가 아닌걸 표준인줄 알고 착각하고 잘못 적어서 게시물 올리는 사람들 때문에 멀쩡한 자료도 제대로 못찾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ㅠ_ㅜ 정말 험난한 여정이다.
SCSI 하나 찾자고 모 게시판에서 검색해 봤는데 도통 안나온다. "스커지"로 검색해도 전멸. 나중에 수작업으로 찾아서 보니까, SISC라고 써 놓은 사람도 있고, "스카시"로 써 놓은 사람은 태반이고, 간혹 S.C.S.I. 라고 적은 사람도 있었다.(그거 점 찍기 귀찮지도 않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답변을 달거나 하는 행위는 모두 "정보의 공유"를 위해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 올린 이와 답변 다는 이 두사람만 알면 된다면 그냥 메일로 주고 받아도 된다. 하지만 게시판에서 모두가 다 볼 수 있게 된다면 게시판을 통해서 공유되는 정보는 쌓여가고, 적어도 똑같은 문제를 또다시 질문하고, 똑같이 답변하고..... 무의미한 반복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려고 게시판 만들었는데, 똑같은 중복된 내용이 100개정도.... 정말이지 미친다.
"정보"란, "너와 내가 같은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둘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것은 두사람간의 공유된 정보이고, 만일 두 사람이 어긋나거나 상반된 내용을 알고 있다면 그 정보는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너"와 "나"의 사이를 연결해 주는 가장 간단한 것은 뭔가? ("뇌파"라고 말한 당신은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입니다. 10년 후에 재도전해주세요.) 바로 말과 글이다.
바른 말과 글을 사용해서 정보를 차곡차곡 공유해 나가면서, 정보화 사회가 건실하게 이룩되고, 나아가 우리들, 또는 우리 자식과 또 그 자식들에게 "강한 정보 대국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게 애쓰는게, 아직은 약소한 국가적인 실정에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최고는 아니라도 최고를 향해서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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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작성해둔 컬럼입니다.
지금 다시 꺼내보니 맞지 않는 이야기도 꽤 보이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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